요즘 부쩍 ‘미래’라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유력 대선 후보 중 하나인 안철수씨가 스스로 “미래를 여는 첫 대통령”이라고 외칠뿐더러 다른 후보들도 뒤질세라 ‘미래’라는 말을 꺼내는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미래란 말이 오가는 자리엔 빠짐없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야기도 따라붙는다. 그렇다고 미래란 말이 유행한 원인이 오롯이 대선 철을 맞은 정치인들의 입 때문만은 아니다. 밑바닥에는 분명 꿈틀대는 변화가 있다.
우리는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매치’를 가장 앞자리에서 지켜보며 그 생생한 변동을 목격했다.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은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인공지능은 인간 생활에서 쓰임새가 아주 크다. 이를 고상한 말로 표현하면 ‘범용기술’이라 한다. 우주 로켓처럼 특정 목적을 위한 첨단 기술이 아니라 전기나 인터넷처럼 다방면에 두루 접목해서 쓰이는 기술이란 뜻이다. 요즘 심심찮게 뉴스를 타는 의료 진단, 투자 판단, 자동 번역뿐 아니라 우리가 먹고 보고 사는 모든 분야에서 향후 인공지능이 개입할 전망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공학, 적층조형(3D 프린터), 자율주행 등 파급력 강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서로 융합해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술혁명 전망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0년 사이 시가총액 기준 세계 5대 기업은 1곳만 빼고 전부 물갈이됐다. 엑손모빌, 제너럴일렉트릭, 시티그룹과 셸오일이 빠졌고 그 자리를 애플,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이 차지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킨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뿐이었다. 세계 5대 기업은 모두 정보기술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 언론사로 꼽히는 는 지난 1월 테크(기술) 분야 담당기자를 대폭 강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가 살고 일하는 방식 등을 포함한 곳곳에 기술이 점점 더 배어들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중국 기술 전담 기자’를 따로 둔다는 대목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은 정말 무섭다.
변화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는 쉽게 간과된다. 단적으로 냉장고, 텔레비전, 청소기 등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의 사례를 보자. 현재 스마트폰과 컴퓨터 정도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데도 무수한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개인정보가 숱하게 새어나가 공공재처럼 돌아다닌다. 이 분야에서 최첨단을 걷는 미국은 그에 걸맞게 전세계 수억 명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찰하는 빅브러더 기술을 선보였다. ‘스좀비’(스마트폰+좀비)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스마트폰 중독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이런 기기가 10배, 20배로 늘어난다.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왜냐?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문제가 혁신이나 미래처럼 정치·경제적으로 멋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도 옳진 않다. 아무리 사생활 침해와 감시가 걱정되더라도, 스마트폰을 없애고 생활할 자신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미래. ‘미래수첩’ 코너에선 어려운 기술 용어 사용은 되도록 줄이고 이같은 고민을 최대한 쉽게 풀어나갈 계획이다. 삶의 곳곳에 스며든 기술은 우리 각자에게 놀라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에 걸맞은 책임도 요구한다. 아무리 ‘미래’를 외치는 대통령이라 해도 그 책임까지 대신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권오성 미래팀 기자 sage5th@hani.co.kr* 미래팀에서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등에 대한 글을 써온 권오성 기자가 ‘권오성의 미래수첩’을 통해 3주에 한 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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