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더 많다.” 500년 전에도 술은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모양이다. 나는 영국 역사가 토머스 풀러의 저 말에 쉬이 동의하지 못한다. 그랬다간 삶이 너무도 지리멸렬할 테니까. 그렇기에 “술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악마요, 달콤한 독약이며, 기분 좋은 죄악”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어정쩡한 스탠스도 못마땅하다. 일찍이 에라스뮈스는 말하지 않았던가. “술 속에 진리가 있다”고.
토머스 풀러의 말은 절반쯤 맞다. 요즘은 술에 ‘치여’ 죽는 사람이 더 많다. 통계가 그리 말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10건 가운데 1건은 음주운전으로 발생했다. 음주운전 사망자 수는 15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해마다 500명 넘는 사람이 술 때문에 운명을 마친다. 나 좋자고 마신 술이 다른 이에게 불행을 새긴다면 안 될 일이다.
기술로 음주운전을 막으려는 시도는 널렸다. 가장 흔한 건 시동 잠금장치다. 알코올이 감지되면 자동차 시동이 안 걸리게 해주는 장치다. 미국 주요 주정부는 음주운전 예방 장치를 자동차에 의무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 모바일과 웨어러블(wearable) 기술 시대 아닌가.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독특한 음주운전 측정·예방 장치를 개발했다.
발상이 독특하다. ‘문신’이란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나노공학과 조지프 왕 교수와 전자공학과 패트릭 머셔 교수 작품이다. 기기는 일회용 문신과 휴대용 회로기판으로 구성돼 있다. 회로기판은 손쉽게 휘거나 구부러지는 소재로 만들어졌고, 자석으로 문신에 붙여 쓸 수 있다. 문신은 작은 전극과 히드로겔 패치로 만들어졌다. 히드로겔 패치엔 필로카르핀이 들어 있다. 필로카르핀은 피부에 침투해 땀을 흘리게 하는 작용을 한다.
문신을 붙이면 그 속에 든 필로카르핀이 피부에 침투해 땀이 나오게 한다. 땀은 알코올 산화효소로 코팅된 전극에 닿고, 산화효소는 알코올과 반응해 과산화수소를 생성한다. 이 정보는 전기신호로 바뀌어 회로기판으로 전송되고, 다시 블루투스를 통해 휴대기기로 전송된다. 연구팀은 손쉽게 알코올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휴대용 음주측정기다.
이 문신 스티커가 왜 혁신적일까. 지금 음주 측정 방식을 보면 이해된다. 현재로선 가장 정확한 측정법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재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삿바늘에 찔리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 입김을 불어 농도를 측정하는 기기도 대중화돼 있지만, 실시간 모니터링이 어렵고 정확성이 떨어진다. 최근엔 피부로 배출되기 전 땀에서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나왔는데, 이 경우 최소 2시간이 지나야 측정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배출된 땀에서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실시간 측정할 수 있지만 장치를 휴대할 수도, 몸에 부착할 수도 없었다.
음주 측정용 문신은 다르다. 착용자가 부러 운동을 하거나 땀을 흘릴 필요가 없다. 문신만 붙이면 몇 분 안에 음주 수치가 뜬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실시간 혈중 알코올양을 확인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휴대가 간편하고 망가질 위험이 적다. 연구진이 9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문신은 정확한 알코올 수치를 무선으로 전송했다. 문신을 흔들거나 구부려도 수치는 널뛰기하지 않았다. 문신을 붙이고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이 기기가 음주운전 예방에만 유용한 건 아니다. 과음을 막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파티장이나 술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스마트폰이 넌지시 말을 건넬 날이 올 테다. “취하셨군요. 운전대 잡으면 아니 되옵니다.”
아직 숙제도 남았다. 현재 개발된 기술로는 최대 15분 동안 음주를 측정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일회용’이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24시간 알코올 농도 측정 기기를 제작 중이다. 이왕이면 마음에 드는 문구나 그림으로 장식할 수 있는 음주 측정 문신이길 ‘순수한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그런데_최순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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