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낚시광이다. 시간을 탓할 뿐, 마음은 늘 갯바위 언저리를 맴돈다. 왜 낚느냐고 묻거든, 대답한다. 바다가 거기 있으니까. 그 바다에서 나 자신을 낚고자 할 뿐.
그래서 낚시꾼에게 “어부냐?”란 말은 비아냥거림이요, 타박이다. 강태공은 낚시가 업이 아니다. 탁 트인 바다, 서늘한 바람, 지루한 기다림만큼 커지는 기대, 입질 순간의 짜릿함과 탱탱한 긴장, 릴을 감을 때의 흥분, 욕심내지 않고 놓아주는 타협. 이 모든 요소가 잘 버무러져 ‘낚시’란 두 글자로 수렴된다. 그런데 앞만 보고 달리는 기술이 이따금 취미 영역을 침범해 문제다. ‘쓸고퀄’(쓸데없이 고퀄리티)이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사례다.
2년 전, 일본 ‘빅캐치’는 흥미로운 물건을 내놓았다. 물속을 들여다보는 낚싯대다. 낚싯바늘 부분에 수중카메라를 달아 물속에 던져넣고, 낚싯대 손잡이에 달린 모니터로 물속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게 제작됐다. 이와 비슷한 ‘피싱캠’은 시중에 널렸다. 아마존에서 잠깐만 검색해도 수십 종이 뜬다.
수중카메라는 ‘세월을 낚는다’는 낚시의 오랜 정체성을 무너뜨렸다. 이들은 낚시꾼에게 묻는다. ‘볼 것인가, 상상할 것인가.’ 이쯤에서 되물어보자. 낚시꾼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 경험은 무엇인가? 기술의 힘을 빌린 편리인가, 기대와 희망이 뒤섞인 기다림인가. 술자리에서 기술과 삶의 조화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면 나는 이따금 저 수중낚싯대 사진을 안주 삼아 보여줬다. ‘실용이 본질을 외면한 사례’란 소감을 덧붙이며. 물론 빅캐치 낚싯대는 오롯이 낚시 용도로만 쓰이지 않는다. 수중 조사와 해저 지층 조사부터 배관과 우물 조사 등 용도를 넓혔다. 가격은 100만원 정도다.
그런데 더한 녀석이 나타났다. ‘낚시하는 수중용 드론’이란다. 아이고. ‘파워레이’는 낚시하는 드론이다. 무려 ‘세계 최초’란다. 중국 ‘파워비전’이 올해 초 ‘소비자가전쇼(CES) 2017’에서 처음 선보였다. 기본 임무는 여느 드론처럼 무인촬영이다. 활동 공간이 상공이 아닌 물속이란 게 다를 뿐이다. 파워레이는 여기에 몇 가지 기능을 덧붙였다.
파워레이는 물속 30m까지 잠수한다. 2시간 정도 충전하면 최대 4시간까지 물속을 돌아다닌다. 본체에 1200만 화소 사진과 4K 동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카메라는 물속을 촬영해 물고기 위치나 수온 같은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자체 발광다이오드(LED) 램프와 수중 음파탐지기로 물고기 유인도 한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물속 상황을 감지해 물고기를 더 손쉽게 낚을 수 있다. 별매하는 가상현실(VR) 안경과 연결하면 물속을 가상현실로 관광하는 여유도 덤으로 누린다. 섭씨 -10℃에서 영상 30℃의 수온이면 활동하는 데 문제없다. 크기는 465×270×126mm, 무게는 3.8kg으로 야외 활동시 휴대하기에 부담 없는 수준이다. 약 165만원을 지급하면 이 신세계를 누릴 수 있다. 가상현실 안경에 어군탐지기까지 포함하면 가격은 250만원으로 훌쩍 뛴다.
다 좋다. 그런데 강태공이 이 물건을 반길까. 고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잡아채는 순간, 더 이상 기대는 없다. 히말라야에 케이블카가 놓이는 순간, 산악인은 더 이상 직벽에 하켄을 박지 않을 것이다. 상상과 가능성이 사라지면 낚시도 사라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퀄’의 어군탐지기가 아니다. ‘휨새’ 좋은 낚싯대와 기다림의 설렘일 뿐.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기술에 늘 감사한다. 그렇지만 바라건대, 오지랖은 사양한다. 때론 인간의 영역을 내버려두는 여유가 필요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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