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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빛’으로 쏘다

구글 ‘자유공간 광학통신’과 페이스북 ‘아퀼라 프로젝트’…

저개발 지역 인터넷 공급하는 혁신기술들
등록 2018-01-06 02:01 수정 2020-05-03 04:28
빛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구글의 광 인터넷. 알파벳 제공

빛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구글의 광 인터넷. 알파벳 제공

‘나는 ADSL’.

1999년 4월1일, 당시 하나로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을 상용 서비스하며 내건 구호다. ‘초고속인터넷’이란 말이 비로소 제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느림보 전화선을 제치고 ‘날아다녔던’ ADSL의 당시 최고 속도는 8Mbps였다.

그로부터 20여 년. 통신망은 ADSL을 넘어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을 지나 FTTH(광가입자망)로 진화했다. 한국 인터넷의 평균 속도도 127.45Mbps로 15배 이상 빨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전세계 인류의 절반가량은 인터넷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다.

구글이 인터넷 암흑지대에 빛을 쏜다. 인도의 저개발 지역에 ‘광(光)인터넷’을 보급하겠단다. 말 그대로 빛으로 인터넷을 쏘는 방식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2017년 12월 중순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 주정부와 계약했다. 구글이 보유한 새 초고속 무선인터넷 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뼈대다. 구글은 안드라프라데시주 20km 구간에 박스 2천 개를 설치한다. 박스는 지붕과 전봇대에 주로 설치된다. 인터넷 케이블이 설치되지 않은 인구밀집 지역에 초고속인터넷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의 고갱이는 ‘빛’이다. 알파벳은 2.4GHz, 5GHz, 60GHz 주파수를 쓰는 기존 초고속 무선랜 대신, 레이저를 쏴서 데이터를 전송할 심산이다. 이른바 ‘자유공간 광학통신’ 기술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에서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해 연구 중인 기술이다. 알파벳이 개발 중인 기술은 지붕에 설치한 박스끼리 레이저를 쏘며 최대 20G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2018년 이후 상용화될 차세대 무선랜 규격 802.11ax보다 2배 빠르다. 알파벳 통신박스는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설치된 기존 휴대전화 기지국이나 와이파이 핫스폿에 연동된다. 주민들은 휴대전화를 쓰면서 동시에 초고속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실험적 기술을 주로 연구하는 구글X ‘프로젝트 룬’의 파생물 가운데 하나다. 구글은 망 설치 환경이 열악한 저개발 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해 2013년부터 프로젝트 룬을 추진해왔다. 통신장비가 탑재된 거대한 열기구를 지상 20km 높이에 띄워 저개발 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하려는 실험이다. 2017년 10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허리케인의 피해로 통신망이 파괴된 푸에르토리코에 응급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 룬을 실험적으로 인가하며 첫발을 뗐다.

프로젝트 룬이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 지역을 주 대상으로 삼았다면, 인도 사례는 좀 다르다. 안드라프라데시주는 5300만 명이 사는 해안지역이다. 2017년 12월 기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500만 명 수준이다. 자유공간 광학통신 기술은 기존 기지국에 무선인터넷을 연결하는 비용이 많이 들거나 새 기지국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에 유용하다. 안드라프라데시 주정부는 2019년까지 1200만 명에게 추가로 ‘빛’ 인터넷을 보급할 것으로 기대한다.

페이스북은 2015년 무인항공기(드론)를 띄워 저개발 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아퀼라’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 역시 자유공간 광학통신 기술을 이용해 드론과 지상 간 레이저로 통신하는 기술이다. 아퀼라는 2016년 7월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고 2017년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2차 시험비행을 무사히 마쳤다. 아퀼라는 이론적으로 10G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혁신적 통신 기술이다. ‘지구촌 인프라’의 숙제는 더 빠르고, 값싸고, 효율적인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일이다. 그 운송 수단이 레이저든, 전력선이든, 위성이든 상관없다.

이희욱 편집장 asadal@bloter.net*‘이희욱의 휴머놀로지’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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