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비밀 요원 미영은 왜 가정으로 돌아갔나

엄정화 주연의 ‘오케이 마담2’는 다소 어설픈 액션에도 여성판 ‘테이큰’을 꿈꾸게 하는, 보기 드문 여성 주연 액션 시리즈물이다. 네이버 영화 갈무리
‘아줌마’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멸칭으로 쓰인다. 그래서 영화 ‘아저씨’의 여성 버전은 ‘아줌마’가 아닌 ‘언니’이고 드라마 제목도 ‘아줌마 킬러’라고 짓는 대신 ‘유부녀 킬러’로 우회한다. 애초에 누가 아줌마로 불리고 싶을까. 그들은 액션영화의 주인공이어도, 훈련된 엘리트 요원이어도 진지하게 폼조차 잡을 수 없다.
아줌마 히로인이 활약하는 영화 ‘오케이 마담2’는 북한 출신의 비밀 요원 미영이 초호화 크루즈에 초대되면서 시작된다. 사춘기 딸, 백수 남편, 꽈배기 가게 폐업 위기로 속앓이하던 그는 여행을 도피처 삼아 집을 떠난다. 그러나 범죄 조직의 리더 안야가 여객선을 납치하고 미영은 딸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작전에 뛰어든다.
‘오케이 마담’ 시리즈를 연출한 이철하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케이 마담’은 홍콩 영화 ‘예스 마담’ 시리즈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밝혔다. 액션은 1980년대 홍콩 영화의 감성을 차용하되 엄마와 딸, 부부의 관계성을 부각해 한국적 정서를 더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설정만 놓고 비교해도 두 영화의 마담은 확연하게 다르다. ‘예스 마담’의 마담이 경찰이라는 전문 직업인이라면 ‘오케이 마담’의 마담은 ‘아줌마’라고 불리는 생활인이다. 그래서 ‘예스 마담’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지만 ‘오케이 마담’의 주인공은 가정에 위기가 닥쳐야 숨겨둔 능력을 꺼낼 수 있다.
‘오케이 마담2’는 납치된 비행기가 무대였던 1편에서 공간만 바꾸고 설정은 그대로인 안전한 길을 택한다. 여기에 코미디라는 안전망이 하나 더 추가된다. 한국 영화계에서 이른바 아줌마 주인공이 등장하는 액션물이 코미디와 결합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대표적 예가 배우 라미란이 활약했던 ‘걸캅스’다. 전도연 주연의 ‘길복순’도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표방하지만 엄마라는 정체성이 액션의 중요한 명분으로 작동한다.
한마디로 아줌마 액션물은 대놓고 코미디를 표방하지 않아도 언제든 코믹한 전개로 빠질 준비가 돼 있다.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지지 않게 가벼운 톤을 유지한다. 리엄 니슨이 주연한 ‘테이큰’이나 황정민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처럼 딸을 구하려는 아빠가 잔인한 응징자로 돌변해 사실적 액션을 선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코미디도 나름의 장르적 강점이 있다. 우선 관객이 중년 여성의 분노와 폭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구실을 한다. 때론 가족 갈등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문제는 코미디 자체가 아니라, 코미디가 아줌마 액션물을 완성하는 필수 요소라는 게 공식처럼 굳어진 데 있다.

‘오케이 마담2’는 코미디로 액션의 부족함을 보정한다. 평범한 아줌마의 작전 성공은 가족 갈등을 봉합하는 장치로 마무리돼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주인공 미영을 연기한 엄정화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성 단독 주연으로 관객을 모은 드문 배우로, 1편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네이버 영화 갈무리
‘오케이 마담2’에서 코미디는 액션의 부족함을 보정하는 기능도 겸한다. 미영은 악당 안야마저 존경을 표하는 전설적인 요원답게 무기 방어와 맨몸 싸움, 수중 액션까지 해내는 능력자다. 이런 설정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려면 훈련된 배우, 연출 노하우, 정교하게 설계된 액션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분노와 폭력성을 끝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주의 액션을 기대하기엔 여성 주연 액션영화의 현실은 제작조차 쉽지 않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오케이 마담1’은 오락영화로서의 강점은 잘 살렸으나 영화의 포인트인 액션에서 대역이 너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면 주연배우의 역량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미영을 연기한 엄정화는 한국 영화계에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성 단독 주연으로 관객을 모은, 드물고 귀한 배우다. 그는 전편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으로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다.
코미디가 액션보다 먼저 나아가 웃기려 하고 웃음이 만능인 양 의존하는 연출의 한계는 아쉬움을 남긴다. 시종일관 어차피 심각한 영화는 아니니까 다소 어설퍼도 웃으며 봐달라는 식이다. 액션이 어색하면 웃음으로 넘기고 설정이 과하면 장난으로 처리하고 여성의 분노가 뜨거워지면 해프닝으로 식힌다.
코미디는 결말에도 영향을 미친다. 평범한 아줌마는 잠시 엘리트 요원으로 돌아가지만 작전이 끝나자 당연하다는 듯 가정으로 돌아온다. 아줌마는 범죄 집단을 소탕하고 여객선을 구해도 가족 갈등이 봉합된 것에 만족한다. 액션이 그를 해방한 게 아니라, 엄마와 아내 역할을 더 잘하도록 돕는 통과의례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오케이 마담’ 시리즈를 무조건 폄하할 건 아니다. 한국의 상업영화 역사상 50대 여성 배우가 단독 주연으로 액션 연작을 끌고 간 다른 사례는 찾기 어렵다. 엄정화는 업계와 관객이 신뢰하지 못한 여성 액션 영화의 가능성을 스타성과 연기력으로 홀로 견인했다. 그러므로 ‘오케이 마담’ 시리즈는 언젠가 탄생할 여성 버전 ‘테이큰’의 기반이다. 미약할지라도 반가운 영화인 건 분명하다. ‘오케이 마담’을 시작으로 끝까지 분노하는 여성, 킬러로서의 본능을 되찾는 여성, 세상을 바꾸는 여성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양민영 주짓떼라·‘운동하는 여자’ 저자
*액션 읽는 여자: 여성 주연 영화를 보며 여성의 시선으로 ‘싸우는 몸’을 발견하는 시간. 여성의 몸을 향한 협소한 시선을 확장하는 칼럼. 4주마다 연재.
자기방어 팁 : 주먹 쓰는 법
영화 초반에 미영은 여객선에서 만난 지훈에게 주먹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훈은 미영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며 싸우는 법을 터득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초보자가 주먹을 정확하고 강하게 쓰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손은 연약한 뼈와 관절로 이뤄져 조금만 충격이 가해져도 골절상을 입기 쉽다.
따라서 초보자는 주먹보다 ‘팜스트라이크’라고 하는 손바닥 타격을 활용하는 편이 더 안전하고 정확하다. 특히 상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손바닥의 두툼한 아래쪽 부분으로 상대의 턱이나 얼굴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내듯 가격하면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거리를 만들 수 있다. 다만 타격의 목적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잠깐의 틈을 만드는 데 있다. 가격 후에는 즉시 거리를 벌리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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