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인조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 더블랙레이블 제공
“이건 올데이 프로젝트예요. 딱 말하긴 애매해요. 실험적이고요. 우리도 아직 방향을 찾는 중이에요.”
5인조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ALLDAY PROJECT)의 데뷔를 앞두고 공개된 티저 영상 ‘ALLDAY PROJECT - DAY 1’ 도입부의 내레이션에는 제법 대담한 고백이 담겼다. 이들은 이미 등장했으나 여전히 방향을 찾고 있다. ‘5세대 아이돌 선두 주자’나 ‘젠지(GEN Z) 감성’처럼 간편한 세대론에 포섭되지도, ‘청량’ 혹은 ‘쇠맛’ 같은 느낌의 총체에 기대지도 않는다.
공격적인 케이팝 아이돌의 데뷔 프로모션은 가속화된 관심경제의 속도와 맞닿아 있다. 이는 음반이 발매된 뒤 홍보하면 이미 늦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2018년을 기점으로 아이돌 지망 연습생이 100만 명을 돌파한 대한민국에서, 유수의 기획사들은 비슷비슷한 연습생들을 무작위로 묶어 시장에 내보낸다는 오명을 피하고자 사전 단계에 공을 들여왔다. 기획사는 이 조합으로 팀을 구성해야 했던 나름의 당위가 읽히게끔 이미지, 영상, 누리집, 팝업스토어 등을 준비한다. 올데이프로젝트의 데뷔곡 ‘페이머스’(FAMOUS) 뮤직비디오(MV)가 공개된 것은 2025년 6월16일. 상술한 티저 영상은 그보다 사흘 전인 6월13일에 공개되며 이들이 이 조합으로 모여야 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올데이프로젝트는 더블랙레이블 총괄프로듀서 테디가 2024년 멤버 선발부터 제작까지 총괄한 첫 걸그룹 ‘미야오’(MEOVV)를 선보인 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소개하는 혼성그룹이다. 그러나 ‘혼성’이 올데이프로젝트에 얼마나 중요한 키워드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2017년 디에스피(DSP)미디어에서 데뷔한 혼성그룹 ‘카드’(KARD)를 설명하려면 이들이 라틴팝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남미 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은 팀이라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하는 것처럼. 이들은 프리 데뷔곡 ‘오 나나’부터 댄스홀 그루브 비트를 기반으로 한 뭄바톤 장르를 추구했고, 도중에 장르적 변주가 있었음에도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계속해나갔다.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 투어를 하며 남미 아티스트들의 곡을 커버하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케이팝 아이돌에서 멤버 한명 한명이 돋보이는 건 중요한 과제지만, 이런 점이 과할 경우 팬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 멤버의 화제성도 그가 일으킨 리스크도, 모두 팀을 대리하는 구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올데이프로젝트 멤버 애니를 ‘대기업 회장 손녀’ 프레임으로 지정해두고 시작되는 모든 관심이 그러하다.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반대가 있었고 자신의 노력으로 결국 부모를 설득해 이 자리에 있다는 애니의 말을 듣고, 누군가는 꿈을 쟁취하는 과정에 얽힌 자신의 계급적 욕망을 투영해서 바라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이자 하이브 소속 그룹의 데뷔조이던 우찬과 영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케이팝 안무가인 베일리, 모델로 활동하던 타잔까지, 이들의 멤버 구성은 조합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게끔 한다. 과연 이들은 끈끈하게 하나의 팀으로 뭉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구태여 원팀을 이루지 않고 각자의 교집합을 발견하면서 생겨나는 독특한 화학작용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신인 그룹 올데이프로젝트가 나아가고, 더듬어 찾아갈 방향인지도 모른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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