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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제니 표정 봤어?” 2025 코첼라의 장면

유튜브 생중계로 느끼는 페스티벌 열기… 모든 것을 쏟아내는 뮤지션이 있기에 지속될 것
등록 2025-04-17 21:22 수정 2025-04-20 16:49

2025년 4월1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 사막에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이 열렸다. 이날 최고온도는 무려 39도에 육박했다. 그러나 강렬한 더위와 모래바람을 견디지 않고 유튜브 생중계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코첼라를 즐길 수 있었다.

2024년을 기점으로 하루 최대 12만5천 명이 모인다는 이 페스티벌의 위상을 의심하는 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코첼라 티켓은 늘 오픈 즉시 매진됐지만 2024년에는 매진되지 않고 역대 최저 매출을 기록한 탓이다. 이러한 경향은 기회인 동시에 독이 되는 디지털 속성이 설명하는 지점이 있다. “더 크고 더 나은 순간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틱톡 시대에 페스티벌에서 청중을 감동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글로벌 문화 전문 매체 ‘하입비스트’) 한 엑스(X) 이용자가 코첼라를 두고 ‘인플루언서 올림픽’이라는 멸칭을 붙인 것도 맥을 같이한다. 그는 사람들이 점점 음악을 즐기기보다 페스티벌에서 입은 화려한 패션을 소셜미디어에 과시하는 데 여념이 없음을 한탄한다.

그러나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코첼라 무대를 보면 모든 게 괜한 걱정 같다. 관중은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무대 위 아티스트를 향해 환호한다. 2019년 케이팝 걸그룹 최초로 코첼라에 입성하고, 2023년 다시 코첼라를 찾아온 블랙핑크를 보러 간 사람들은 어떤가. 드론 카메라가 비춘 현장은 이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중이 모였는지 감탄하게 한다.

2025년에는 블랙핑크 멤버 리사와 제니가 각각 솔로 아티스트로서 무대를 책임져야 했다. 리사는 앨범 제목의 사전적 의미인 ‘또 다른 자아’를 시각적으로 충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오프닝곡 ‘선더’(Thunder)에서 거대한 쇠사슬에 매달려 있던 그는 암전 후 스크린에 흐르는 영상을 통해 조금 전의 자신이 악당 ‘빅시’(Vixi)였음을 알려줬다. 그 뒤 스크린에서 무작위로 캐릭터 카드가 뽑히면서 그의 또 다른 네 개의 자아가 등장했다. 스크린에 영상이 흐르는 찰나 동안 무대 뒤의 리사는 총 다섯 벌의 의상을 갈아입어야 했다. 큰 실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중간중간 무대가 조금씩 지연되며 암전 상태가 이어졌고, 이는 관객들의 고양감을 깨뜨리기도 했다.

제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에 45분여간의 무대를 밀고 나갔다. 이날은 뮤지션 ‘칼리 우치스’가 깜짝 등장해 ‘댐 라이트’(Damn Right) 무대를 꾸렸는데, 칼리 우치스는 음악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여성들을 기리는 ‘2025 빌보드 위민 인 뮤직 어워즈’(Billboard's Women in Music 2025)에서 제니에게 ‘글로벌 포스상’(Global Force Award)을 시상한 제니의 동료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순식간에 첫 곡 ‘필터’부터 시작해 엔딩곡 ‘스타라이트’(Starlight)까지 13곡을 부르고 난 뒤, 제니는 벅찬 표정으로 관중을 2초간 응시했다. 중계 카메라가 제니의 얼굴을 줌인해서 포착한 덕에 그 모습이 그대로 전세계에 생중계됐고 팬들은 유튜브 생중계 채팅창에서 곧바로 감상을 나눴다. “방금 제니 표정 봤어?”

준비한 것을 아낌없이 꺼내놓은 아티스트가 무대를 내려가기 직전에 짓는 표정 속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이 담겨 있다. 45분간의 퍼포먼스를 하나로 압축한다면 그것은 마지막 2초간 보여준 제니의 표정이다. 그 표정은 코첼라를 둘러싼 각종 위기설 속에서도 여전히 이 축제가 지속될 것임을 믿게 만든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2025년 코첼라에서 제니는 45분간 모든 것을 쏟아내는 벅찬 무대를 선보였다. 제니 인스타그램

2025년 코첼라에서 제니는 45분간 모든 것을 쏟아내는 벅찬 무대를 선보였다. 제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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