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16일치를 끝으로 한겨레 토요판이 막을 내렸다. 2012년 1월28일 평일에 발간되는 신문과는 다른 ‘토요판’을 선보인 지 13년 만이다. 토요일치 신문의 발행이 중단된 건 1988년 한겨레 창간 이후 처음이다. 2018년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여러 신문사가 하나둘 토요일치 신문을 없애가는 가운데, 최초로 토요판을 발행한 한겨레마저 그 대열에 동참하자 다들 내색은 안 해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하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독자의 항변, 종이신문의 미래를 걱정하는 기자들의 한숨이 뒤섞여 아무래도 분위기는 영 좋지 않다.
뒤숭숭한 마음에 고경태의 ‘굿바이, 편집장’(한겨레출판, 2019)을 집었다. 토요판을 기획하고 첫 팀장을 맡아 4년간 꾸려간 지은이가 쓴, 말하자면 토요판의 탄생과 초기 역사를 담은 책이다. 1장 ‘토요판의 탄생’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이건) 신문이 아니다”라는 짧지만 강렬한 선언이다. 토요판 준비팀장이었던 지은이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고참 선배들은 콘셉트가 없고, 아날로그 방식이며, 종합일간지가 아니라 잡지에 가깝고, 심지어는 인력 낭비라는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토요판이 폐지된 지금 시점에선 이런 평가가 다 맞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비단 기자들이 쓴 커버스토리만 빛나지 않았다. ‘김두식의 고백’처럼 많은 독자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코너가 있었는가 하면, ‘정희진의 어떤 메모’처럼 단단한 고정팬을 확보한 코너도 있었다.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잠깐의 휴지기를 빼고 꾸준히 연재되며 토요판의 상징과도 같은 코너로 자리잡았다. 김태권의 ‘히틀러의 성공시대’나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 같은 만화도 인기를 끌었다. 김보통의 ‘D.P.’는 토요판 1면에 실리는 걸 넘어(2015년 12월19일)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물론 누군가는 토요판의 참신함이 결국 발목을 잡은 셈 아니냐고, 종이신문에 어울리지 않는 형식과 내용을 끌어들였기에 사라진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결국 지은이가 처음 맞닥뜨렸던, “신문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일종의 저주처럼 발목을 잡은 셈일까.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이 책에서 만난 지은이는 종이신문의 한계를 끝없이 시험하면서도, 두툼한 종이 뭉치만이 선사할 수 있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점에서 금요일에 발행하는 새로운 섹션이 “세상의 모든 텍스트”를 표방한다는 사실은 한편으론 의미심장하고, 다른 한편으론 퍽 다행스럽다. 마지막 토요판 부장인 조일준 기자의 인사말처럼 “이 변화가 한 시대의 마감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굿바이, 토요판!
유찬근 대학원생
* 유찬근의 역사책 달리기는 달리기가 취미인 대학원생의 역사책 리뷰.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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