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 국가장학금 폐지는 악수다매년 세밑이면 세계적인 은행과 신용평가사가 국가별 예상 성장률을 발표한다. 일종의 ‘연례행사’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엔 세간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성장률 자체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가령 2025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표한 2026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2025-12-21 14:46
기약 없는 신냉전, 중립 재조명이 필요한 게 아니다 “중립국.”한국전쟁 포로 이명준은 어느 쪽으로 가겠느냐는 북한군 장교의 질문에 고집스레 이 한마디를 외친다. 이어 그는 다른 천막에서 포로들을 회유하고 있을 남한 설득자 앞에서도 똑같이 말하는 상상을 하며 마음껏 웃음을 터뜨린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2025-12-04 15:39
중국계 범죄조직 ‘푸젠갱 네트워크’가 19세기 천지회와 다른 점최근 국내외를 충격에 빠뜨린 캄보디아 한국인 집단 감금·납치 사태의 배후로 중국계 범죄조직이 지목되고 있다. 비단 중국을 향한 혐오와 두려움에 이끌린 선동만은 아니다. 김종호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역시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푸젠갱 네트워크’를 거론했다.(제15...2025-11-05 13:25
자유무역, 백일몽으로 끝나가는 구원의 서사먼 미래의 역사가들은 아주 최근까지 인류가 지극히 예외적인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기록할지도 모른다. 자유무역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믿음 말이다. 한때 이 믿음은 망상이 아닌 사실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계는 경쟁과 분업을 통해 번영했고, 무역으로 얽힌 이해관계는...2025-10-16 16:26
광복절=8월15일, 당연하게 그날로 정해지지 않았다 얼마 전, 난데없이 태권브이의 ‘국적’이 화제였다. 발단은 탁현민 국회의장 행사기획자문관이 광복 80주년 전야제를 준비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미지였다. 태극기를 들고 국회의사당 돔에 올라선 거대 로봇은 누가 봐도 태권브이였다. 문제는 태권브이가 일본...2025-08-15 08:29
베트남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연결돼 있다3년 넘게 이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한국 사람들을 가장 큰 충격에 빠뜨린 사건 중 하나는 아마 북한의 참전일 것이다. 저 멀리 떨어진 러시아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북한군의 사진은 전쟁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2025-07-29 18:07
‘라조기’와 ‘탕수육’이 역사책을 색다르게 읽는 법 “이제는 다들 역사책을 읽지 않는구나!”2025년 초 한 유명 온라인서점이 꼽은 ‘21세기 최고의 책’ 목록을 보며 절로 이런 한탄이 나왔다. 최고의 책에 역사책은 거의 없었고, 목록을 만든 전문가 중에도 역사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힙스터는 다 모인 ...2025-07-06 16:54
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지난 6개월의 ‘내란’ 국면을 거치며 많이 한 고민 중 하나는 이른바 ‘엘리트’란 누구인가였다. 중요한 판결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법치’가 아직 살아 있다고 안도하거나, 죽은 지 오래라고 분노했다. 궁금했던 건 이렇듯 널뛰는 반응보다는 그 너머 판결을 내리는 자들의...2025-06-20 08:01
보편에 기대지 않는 민주주의를 상상할 수 있나지구 곳곳에서 ‘보편’에 대한 열망이 터져 나온다. 보편은 때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망쳐버린 자유주의 국제질서로, 때론 극우 정당의 약진에 흔들리는 민주주의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전자가 비정한 신자유주의로, 후자가 ‘가...2025-05-28 14:09
밑천 없는 근대에서 아시아의 연대와 공존을 찾다밑천 삼을 지적 전통, 혹은 사상가가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오천 년 역사에 빛나는 문화민족이라지만 정작 현대 한국인이 더듬거리면서나마 읽을 수 있는 과거의 깊이는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조차 서구를, 그것도 일본을 거쳐 베껴오다시피 한 것이 대부분이다. 오...2025-05-06 12:37
의례에 진심이던 조선의 정치 공간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몇 달이었다. 2025년 4월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했지만 공화국엔 치유하기 어려운 상흔이 남았다. 국제 정세도 위태롭다. 4년 만에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편 가치와 규범을 보란 듯이 저버렸다. 그간 한국이 지켜온...2025-04-13 20:15
“인권을 정치화하지 말라!”는 반인권적인 말다른 학문과 구별되는 역사만의 특징이 있다면 아마 모든 것을 시간 속에 놓고 바라본다는 점일 터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중요히 여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는 그게 무엇이든 자연히 주어진 것,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긴 흐름 가운데서 대상의 변화와 지속, 연...2025-03-24 15:33
지키는 진보, 파괴하는 보수?“요새는 내가 보수가 된 것 같아!”계엄 이후 주변의 진보 지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럴 만도 하다. 평소 국가권력을 비판하고 법질서의 한계를 지적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헌정을 옹호하고 민주공화국을 지키려 애쓰고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최근 현 체제...2025-02-27 17:04
천황제를 벗어나는 ‘국민’이 되길…일본 역사학자의 바람그리 머지않은 옛날, 역사책이라면 으레 머리말에 엄숙한 선언을 박아 넣던 시절이 있었다. 가령 한국 근현대사 연구서라면 “20세기 한국은 반제반봉건 혁명을 이룩하고 민족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안고 있었다”고 시작하는 식이다. 지금 보면 다소 투박하고 촌...2025-02-05 16:54
쿠데타는 또 실패할 거라 장담할 수 있나“전두환 같은 인물이 또 한 번 나타나 일을 벌인다고 가정하면 쿠데타가 실패하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어떤 책은 슬프게도 미래를 예견한다. 얼마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아은 작가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사이드웨이, 2023)을 읽다가 저 문장에 오래 눈이 머물...2025-01-08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