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에 진심이던 조선의 정치 공간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몇 달이었다. 2025년 4월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했지만 공화국엔 치유하기 어려운 상흔이 남았다. 국제 정세도 위태롭다. 4년 만에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편 가치와 규범을 보란 듯이 저버렸다. 그간 한국이 지켜온...2025-04-12 21:00
“인권을 정치화하지 말라!”는 반인권적인 말다른 학문과 구별되는 역사만의 특징이 있다면 아마 모든 것을 시간 속에 놓고 바라본다는 점일 터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중요히 여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는 그게 무엇이든 자연히 주어진 것,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긴 흐름 가운데서 대상의 변화와 지속, 연...2025-03-25 11:45
지키는 진보, 파괴하는 보수?“요새는 내가 보수가 된 것 같아!”계엄 이후 주변의 진보 지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럴 만도 하다. 평소 국가권력을 비판하고 법질서의 한계를 지적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헌정을 옹호하고 민주공화국을 지키려 애쓰고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최근 현 체제...2025-02-22 18:03
천황제를 벗어나는 ‘국민’이 되길…일본 역사학자의 바람그리 머지않은 옛날, 역사책이라면 으레 머리말에 엄숙한 선언을 박아 넣던 시절이 있었다. 가령 한국 근현대사 연구서라면 “20세기 한국은 반제반봉건 혁명을 이룩하고 민족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안고 있었다”고 시작하는 식이다. 지금 보면 다소 투박하고 촌...2025-02-01 19:50
쿠데타는 또 실패할 거라 장담할 수 있나“전두환 같은 인물이 또 한 번 나타나 일을 벌인다고 가정하면 쿠데타가 실패하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어떤 책은 슬프게도 미래를 예견한다. 얼마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아은 작가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사이드웨이, 2023)을 읽다가 저 문장에 오래 눈이 머물...2025-01-04 21:30
굿바이, 토요판! 헬로우, txt!2024년 11월16일치를 끝으로 한겨레 토요판이 막을 내렸다. 2012년 1월28일 평일에 발간되는 신문과는 다른 ‘토요판’을 선보인 지 13년 만이다. 토요일치 신문의 발행이 중단된 건 1988년 한겨레 창간 이후 처음이다. 2018년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여러 신문...2024-12-07 22:33
‘좋거나 나쁜 트럼프’ 이분법을 넘어서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사건은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의 반응은 유독 인상적이었다. 실시간으로 개표 결과를 확인하고 트럼프가 돌아온 이유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며 책임 소재를 따지는 등, 어쩌면 미국인보다 미 대선에 ‘...2024-11-16 22:31
식민지 조선 대중의 날랜 몸짓, 어떻게 읽을까국어교과서에도 실려 국민 대부분이 아는 김춘수의 ‘꽃’은 ‘이름’에 대한 이야기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그’는 ‘내’가 이름을 불러준 뒤에야 비로소 꽃이 된다. 시는 단순히 사랑하는 이를 향한 다짐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게 누구든 이름을 갖고 ‘호명’(呼名)을...2024-10-26 19:28
‘난감한 이웃’ 일본의 천황 호칭…알고 봤더니시민으로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자기 이익에만 골몰하는 개인이 되면 안 된다는 건 잘 알겠다. 문제는 국민이다. 아무리 비판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나눈들 시민사회는 어디까지나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다. 개인과 달리 시민과 국민을 구별하기 녹...2024-10-05 20:55
그람시가 읽은 마키아벨리, 알튀세르가 읽은 마키아벨리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독자는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흔히 독자는 저자에 비해 어딘가 모자라고 부차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무언가를 쓰고 짓는 저자와 달리 독자는 그저 저자의 글을 읽을 뿐이라는 생각 탓이리라. 그렇기에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못하는 독자는 때론 조롱과 ...2024-09-14 18:36
‘착한 사람’이라는 처참한 역사적 논리1979년 10월26일, 서울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당 총재가 국회에서 제명되며 부산과 마산을 중심으로 항쟁이 불꽃처럼 일어나고, 정부는 이들을 탱크로 밀어버릴 궁리를 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18년 동안 무소불위의 독재자로 군림하던 대...2024-08-17 23:04
조사조사 노랠 불렀지만… 모든 게 얼렁뚱땅 총독부의 ‘무능’3년 전인 2021년, 은 그간 대가 끊긴 줄로만 알았던 독립운동가 이석영의 후손들이 사실 살아 있다는 일련의 기사(제1373호, 제1377호)를 내보냈다. 일제가 원활한 통치를 위해 구축해놓은 ‘식민지 잔재’가 잊힌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해 쓰이는 아이러니가 벌어진 셈...2024-08-08 08:57
흔들리는 건 강준만이 아니고 시대다지식인과 시대의 관계는 퍽 복잡하다. 지식인은 때로 ‘시대정신’을 이끈 영웅으로 격상되기도 하지만 그저 시대의 거울, 잘해야 리트머스시험지 정도로 격하되기도 한다.언론인이자 작가인 윤춘호가 쓴 도 이 난제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한때 실명 비판과 안티조선 운동을 주도...2024-07-06 20:52
인문학도 ‘쓸모’를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2024년 5월30일 교육부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1500명에 이르는 의대 정원 증원에 가렸지만, 앞으로 대학교육에 더욱 심대한 영향을 줄 내용은 ‘무전공 선발’ 확대였다.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 73곳은 내년 전체 정원의 28.6...2024-06-08 19:34
트럼프의 ‘뿌리’는 민주당?“이러다 미국이 아니라 트럼프가 돌아올 판이다.”“미국이 돌아왔다”며 호기롭게 백악관을 탈환한 조 바이든 정부는 안팎의 위기로 4년 만에 물러나게 생겼다.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은 물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넉넉하...2024-05-04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