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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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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이 바로 런웨이

50살에 처음 모델에 도전한 조윤진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4-06-22 04:55 수정 2024-06-27 22:42
조윤진님. 김수진 제공

조윤진님. 김수진 제공


여자 나이 35살을 둘러싼 저주(?)가 많다. 어느덧 그 나이에 가까워지자 여러 피부과 시술을 알아보며 초조해했다. 그나마 이효리, 엄정화 같은 중년의 스타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여성들, 특히 아이를 둔 엄마가 계속 새 도전을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됐다. 올해 초 ‘띠동갑 이상 친구’ 조윤진님이 50살을 앞두고 모델 도전을 한다고 들었다. 윤진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 인생도 도전이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델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이었어요. 제가 과거엔 소통이 정말 부족한 사람이었거든요. 소통에 진심인 남편을 만나면서 가족과의 소통, 나아가 나와의 소통까지 도달했어요. 40살이 돼서야 말이죠. 그다음 소통의 대상은 바로 사회였어요. 그런데 다음 세대와 소통하려면 옛날이야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멋진 언니가 있네, 멋진 엄마가 있네’라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야 했죠. 2020년부터 메타버스도 공부하고 웹3도 공부했어요. 우리 가족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돼보자고 생각해서 남편이랑 아이들 모두 각자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저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친환경 브랜드를 소개하는 정보성 매거진을 만들었어요. 반응은 괜찮았지만 내가 재밌어야 꾸준히 올릴 수 있더라고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스타일리시함’을 버리지 않는 거예요. 오히려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면서 비건식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즐겁더라고요. 이렇게 된 김에 모델이 돼볼까? 했죠.”

―모델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30년 전, 먼 이야기로 올라가야 하는데요.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 중국판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어요. 화려한 패션계와 가까이 지냈지만 그래도 제가 직접 모델이 될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나이도 50이 가까워지니 ‘너 모델 해’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제가 스스로 정의했죠.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모델이라고 적기 시작했어요. 내일모레 50살이니까 ‘그래, 나 시니어다’라고 해서 ‘시니어 모델’이라고 적었죠. 모델 도전의 일환으로 이번에 ‘더룩오브더이어 코리아’ 클래식 부문에도 출전하는데요. 400명 중 140등 안에 들어서 1차는 합격해둔 상태예요. 오리엔테이션 장소에 가보니 저보다 훨씬 더 나이 드신 70대 가까운 분들도 계셨는데 정말 다채로운 삶을 살고 계시더라고요. 상금을 바라기보다는 대회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체험을 하고 다양한 분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 모델 조윤진으로서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나중에 명품 패션쇼에서 보는 거 아니에요?

“모델은 제 삶의 한 조각이에요. 톱모델이 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이번 대회에서 정말 멋진 시니어 모델을 많이 만났는데, 오리엔테이션에서 ‘나는 인스타 못하는데 어떡해’ 이런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시니어 모델들이 온라인 소통을 어려워하니, 나중에 제가 이분들의 중간 다리가 돼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수진님이 알려준 웹3 세계에서도 꿈을 펼쳐보고 싶어요. 제가 웹3에 끌린 점은 신뢰와 보상 체계가 창작자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거예요. 웹3에 대해 공부할수록 ‘탈중앙자율조직(DAO)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저처럼 친환경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 모임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김수진 컬처디렉터

조윤진(@elizabeth.a.gene)의 플레이리스트
❶팩터 | 패밀리액셀러레이터 유튜브 갈무리

❶팩터 | 패밀리액셀러레이터 유튜브 갈무리


팩터 | 패밀리액셀러레이터
https://www.youtube.com/@family_accelerator 

소통에 부족했던 제가 나와 소통하고, 가정과 소통하며, 더 나아가 사회와 소통하는 여정을 함께한 것이 바로 가족이었어요. 우리 가족은 ‘패밀리 크리에이터’로서 세상과 소통하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해요.

 

사회문제와 소통하는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https://www.youtube.com/watch?v=_LeT0-6u8mo 

스텔라 매카트니의 옷은 특수한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져 땅에 묻으면 금방 자연분해됩니다. 돌가루로 실을 만드는 정성을 들이는 브랜드죠. 동시에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아서 더욱 사랑합니다. 톱모델이 되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스텔라 매카트니와 함께라면 런웨이에 서보고 싶어요.

 

오지영(Jiyoungdorner): 가족과 일 사이의 균형을 지키다
https://www.youtube.com/@jiyoungdorner 

텔레비전에 나오는 시니어들을 보면 종종 우리와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오지영님은 다릅니다. 지영님은 모델이자 비즈니스우먼이자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가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줘요.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그를 만나러 가볼까요?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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