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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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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가 상실에 대처하는 법

미술관 학예사 경험 등을 인스타툰으로 전하는 이연우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4-01-20 05:36 수정 2024-01-25 01:06
이연우 제공

이연우 제공


내 주변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많다. 미술관에서 학예사로 일한 이연우(34)도 그랬다. 이응노미술관에서 시작해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을 거쳐 전남도립미술관 개관 멤버로 굵직한 전시를 기획하던 그는, 어느 날 퇴사하더니 자신이 일하면서 느낀 걸 인스타툰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링거팩 속 금붕어, 사람들은 어디에 감각하나.’ 2023년 12월에 게시한 인스타툰은 그가 기획한 전시 작품 중 가장 논란이 된 유벅 작가의 <피시>(FISH)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람을 치료할 목적으로 쓰이는 링거팩에 금붕어를 넣어, 서서히 금붕어가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설치미술이었다. 인간의 폭력성과 모순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 처음 문제제기를 한 건 아이들이었다.

“미술관에 온 꼬마들이 ‘이 금붕어 밥은 줘요?’ 물어보는 거야. 봉사자들이 할 말이 없으니까 그냥 준다고 했지만 사실 안 줬지. 전시 2~3일이 지나자 동물단체, 언론 등에서 민원이 폭주했어.” 작품은 철거됐고 미술관은 사과문을 올렸다.

“사람들은 기획된 어떤 ‘무대’를 통해서는 감동이나 슬픔을 느낄 수 있지만, 실제 삶에서는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전쟁으로 땅이 불타는 것에는 전율하지 않지만, 내 눈앞에서 금붕어가 죽어간다는 사실에는 슬퍼하니까. 그래서 예술이 인류에게 소중한 거겠지. 어떤 의미에서 인류는 자신이 실제 삶 속에서 무감할 수 있음을 알기에, 이를 느끼게 해줄 ‘배우’를 찾는 것 같아.”

전시를 만드는 것도 일종의 창작이었다. 개념을 상상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그걸 구현해줄 작품과 아티스트를 찾는 게 학예사의 일이다. 그러다보니 친구는 이 일이 때론 발가벗겨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전시도 지문 같은 거라서 누가 했는지 다 티가 나더라고. 숨기려 해도 자기 치부가 드러나는….” 당시 연우는 이혼 등의 일로 인생에 상실감을 느꼈지만, 차마 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시에 넣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레 녹아들 수밖에 없었다.

“프로이트의 ‘애도와 멜랑콜리’에 따르면, 상실 이후 충분히 애도를 거치지 못하면 이게 영영 멜랑콜리가 된대. 우울증, 트라우마가 되는 거지. 하지만 제대로 된 애도를 거치면 그 자리에 새로운 뭔가를 만들 수 있대.” 그렇게 만든 전시가 <피시>가 포함된 ‘애도, 상실의 끝에서’였다.

“꼭 죽은 사람에 대해서만 하는 게 애도가 아니더라. 일상적인 애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어. 이를테면 우리 엄마가 나이를 먹어서 하루하루 아파. 그걸 보는 것도 상실이야. 내가 생각했던 나와 실제 나의 간극을 보는 것. 어릴 때는 내가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 아닌 걸 아는 일. 그것도 내겐 상실감이었어. 그런 것을 다 합쳐서 나에게 애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처음엔 전시를 열면 마냥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니 전시를 여는 게 기쁘지 않았다. 열면 무조건 끝나는 게 전시니까. 철거되고 사라지는 게 전시의 운명이었다. “그런데 어떤 퀴어 이론가 논문에서 봤는데 사라짐과 남겨짐이 완전 정반대의 개념은 아니래. 잔해의 일부로 기억이 남고, 그게 누군가에게는 가닿기도 하니까. 사람들은 그것과 또 새롭게 마주하겠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야.”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이연우(인스타그램 @kkanarisauce)의 플레이리스트

우유툰

https://www.instagram.com/_wooyootoon_/

우리나라에선 미술사학이 그렇게 유명한 학문이 아니다. 인스타그램 ‘우유툰’ 작가는 유럽권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있어, 이 만화를 보다보면 내가 늘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한국에서 내 주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어 많은 위로와 인사이트를 얻는다. 여성들과의 연대는 덤. 요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

 

Dragon Letter for NIE

http://maily.so/dragonletter/posts/c2399ebc?mid=a7283880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휴재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간부가 칼럼을 선별해서 주 1회 보내주는 뉴스레터. 한 주 동안 1천여 개의 신문 칼럼 중 교육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5편을 선정해서 보낸다. 따님들과 함께 읽어보려 시작했다고 한다.

❸ 강유미의 좋아서하는 채널. 유튜브 갈무리

❸ 강유미의 좋아서하는 채널. 유튜브 갈무리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

[https://youtu.be/LgriwC5Xkw4?si=a1f70vWbK43QwqWr]

나에게 매일 밤 위로를 주는 유튜브 채널. ASMR을 듣다보면 잠이 소르르 온다. 제일 좋아하는 건 시장바닥 ASMR. 어릴 때 엄마랑 주변 아주머니들이 수다 떠는 사이에서 잠드는 기분이 들어 자주 듣는다.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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