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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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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보다 보면 이제는 록페 못 보지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라이프’ 소개하는, 도시와 촌의 매개자 양애진
등록 2023-12-09 13:00 수정 2023-12-15 12:28
양애진 제공

양애진 제공

테크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나는 어느 날 가장 고전적이면서 힙한 굿판 영상 한 편에 홀려버렸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테크 신에 있다보면 종종 생태주의자를 만난다. 이들은 노트북 앞에서 거북목을 빼놓고 일하는 나에게 ‘고대의 회복’이라는 가르침을 주곤 한다. 오늘은 경남 남해 ‘촌라이프’ 3년을 매듭짓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굿판으로 불러들이는 양애진님 이야기를 소개한다.

―3년 동안 촌라이프를 보냈어요. 20대에 어떻게 시골에서 살 결심을 했나요?

“본가가 광주광역시인데 ‘인서울’ 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았어요. 다들 왜 서울로 가라고 하지? 이제는 사람들이 의문조차 품지 않더라고요. 지방이라 말하는 곳에 좋은 사례가 없어 우리에게 대안이 없는 것 아닐까?

마침내 서울에 왔지만 교육의 대안, 자본주의의 대안, 여러 대안적인 삶을 찾아다녔어요. 인도에 있는 ‘오로빌’이라는 대안공동체도 체험했고요. 하루 5시간 노동, 자유로운 교육, 화폐 없는 경제시스템이라니! 그렇게 소셜미디어에 노동-숙식 교환을 한다는 삼시세끼 프로젝트를 올리면서 대안의 삶을 찾으며 1년 반 세계여행을 다녔어요.

본격적으로 남해 촌라이프를 한 것은 동료들과 ‘팜프라’(청년 귀농·귀촌 인프라를 만드는 스타트업)를 창업하면서예요. 우리 팀에 건축설계, 토목공사 등 집 짓는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집 짓다가 농사도 하고 촌 작업에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2년 동안 새로운 촌라이프를 실험하는 삶을 살았죠.

궁극적으로 도시와 촌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도시 청년들에게 농촌 입주 프로그램도 운영했어요. 코로나19로 마을에서 유채꽃 축제를 열 수 없을 때는 ‘축제를 보내드립니다’라며 유채꽃을 도시에 배달해서 농촌을 연결하기도 했고요.”

―제가 애진님을 만난 건, 서울과 기술의 한복판인데요. 촌에서 도시로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도시와 촌의 매개자 역할을 하려면 대중의 감각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런데 촌에 익숙해지다보니 점점 그것을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안을 만들려고 뛰쳐나왔는데 세상과 연결되지 못하면 더는 대안이 아니죠. 오히려 서울에 오니 다양한 기회를 발견하고 다른 방식으로 도시와 촌을 잇고 있어요. 특히 농촌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블록체인, 웹3 같은 새로운 기술을 열심히 탐색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나에게 ‘왜 이렇게 극과 극이냐, 다리 찢어지겠다’고 걱정하는 말도 해요. 그럼에도 꿋꿋이 ‘커뮤니티3.0’이라는 주제로 기술과 사회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사단법인 ‘다른백년’ 웹진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답니다.”

―칼럼도 좋지만 ‘굿판’ 영상이 뇌리에 꽂혔어요. 원래 마을 잔치가 이렇게 힙한가요?

“굿판에서 춤추고 놀다보면 웬만한 록페스티벌은 재미없을 것 같아요. 축제를 통한 연대에 관심이 있어요. 완전히 융화되는 느낌이랄까요. 청년이든 장년이든,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다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해요. 생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즐겁게 행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굿판으로 재미까지 설파하는 애진님, 하지만 그의 플레이리스트는 기후변화와 생태에 대한 이야기로 사뭇 진지하다. 마지막 굿판 영상까지 놓치지 않으시길!

김수진 컬처디렉터

양애진(인스타그램 @idle_aeja)의 플레이리스트

MBC 뉴스, ‘대서양이 갑자기 멈췄다, 200년 한파가 한반도 강타’

https://www.youtube.com/watch?v=8H-AE5Fc4Nc

제가 지구를 대하는 태도에 경각심을 심어준 영상입니다. 북서유럽의 기온을 온화하게 유지해주던 따뜻한 해류가 멈추면 영화 <투모로우>의 상황이 현실이 돼요. 과학자들은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빙하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잰 시마드의 테드(TED) 강연 ‘나무가 서로 대화하는 방법’

https://www.youtube.com/watch?v=Un2yBgIAxYs

나무들은 균사체로 연결되고 소통한다고 합니다. 숲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인 셈이죠. 인간이 구현한 인터넷의 월드와이드웹(WWW)은 사실 자연의 우드와이드웹(WWW)을 모사하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생명 진화를 살피다보면 기술 진화를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❸ 양반들(Yangbans)의 흐름(Flow Gathering in Haenam) 일부 갈무리

❸ 양반들(Yangbans)의 흐름(Flow Gathering in Haenam) 일부 갈무리

양반들(Yangbans)의 흐름(Flow Gathering in Haenam)

https://youtu.be/RQgBIbfC_mg?si=vukD32-B0O0dgrGZ

2023년 가을 전남 해남에서 벌어진 마을 굿판. 양반들의 록 사운드에 곁들여, 북이 둥둥 울리는 소리가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순간이었죠.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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