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댓댓>으로 돌아온 슈가, 하루하루 새롭게

<댓댓>으로 또 한 번 ‘존재’ 갱신한, 슈가·민윤기 혹은 어거스트 디
등록 2022-05-20 16:37 수정 2022-05-20 23:45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갈무리

“야,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까먹었지?”(사진)

싸이의 <댓댓> 뮤직비디오에 슈가(SUGA)가 등장해 특유의 톤으로 훅을 날리는 순간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충분히 감탄해야 하니까.

싸이가 5년 만에 앨범을 냈다. 타이틀곡은 방탄소년단(BTS)의 슈가, 즉 민윤기가 곡을 쓰고, 프로듀스하고, 함께 노래하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댓댓>이다. 공개 2주가 지난 지금 조회 수는 1억5천만을 넘어섰다.

일부러 의도했다지만 슈가 등장 전후로 곡은 확 달라진다. 평범한 음식이 설탕 한 스푼으로 풍미가 확 살아나는 것처럼 “싸이에 슈가 한 스푼”은 ‘싸이 스타일’의 풍미를 확 끌어올려 슈가의 인장을 새겨넣었다.

<댓댓>의 댓글을 보면, 내가 ‘지구촌에 살고 있구나’ 새삼 느낀다. “들을 때마다 이게 가장 완벽한 콜라보였다고 확신해” “노래를 멈출 수가 없어”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아. 둘 다 너무 천재!” 번역기를 돌려야 알 수 있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비롯한 외국어 댓글이 대부분이다.

1억5천만 조회 수의 뮤직비디오 영상이다보니 ‘반응 영상’ ‘댄스커버 영상’도 즐비하다. 나의 감탄을 공감받고 싶을 때 보는 건 ‘슈가 파트 해외 반응’ 영상이다. 그들도 대부분 나처럼 슈가가 등장할 때 일단 멈춘다. 물론 유튜브 진행을 하며 자기 소감을 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심쿵’을 감당하기 위해 멈출 수밖에 없음도 분명해 보인다. 설렘으로 가슴이 찌릿한 표정은 숨길 수 없다. 슈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땐 “슈퍼히어로 랜딩”이라며 박수 치고, 슈가와 싸이가 랩을 주고받을 땐 따라 부르며, 같이 춤추고 박자를 맞추며 유사 헤드뱅잉을 한다. “댓댓 아이 라이크 댓”을 무한 반복하며, 에너지에 젖어들며.

해외 팬들은 이미 나보다 슈가라는 아티스트를 더 잘 안다. 한 자메이카 댄서는 친구들과 함께 <댓댓>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친구가 슈가의 등장에 “저게 누구야?”라고 묻자 “슈가, 어거스트 디(Agust D), 비티에스(BTS)”라고 설명한다. “너 <대취타> 기억하지?”라고도 덧붙인다.

그렇다. 슈가는 BTS의 슈가이기도 하고 ‘어거스트 디’이기도 하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어거스트 디는 “슈가가 방탄소년단으로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얘기들을 할 때 사용하는 이름”으로, 대구에서 활동했던 힙합크루 ‘D-Town’과 ‘SUGA’를 뒤집어 만들었다.

어거스트 디는 지금까지 두 개의 믹스테이프(힙합, 랩, 레게 등의 장르에서 아티스트가 무료로 공개하는 비상업적 음원)를 냈다. 2016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음반 제목으로 한 《Agust D》에 7곡을 담았고 2020년에 <대취타>를 포함한 10곡을 담은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를 공개했다.

BTS 속 슈가도 좋지만 어거스트 디가 보여주는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감성이 나는 좋다. 어거스트 디의 음악을 들으면 세상을 면도칼로 베어낸 날 선 단면 위에 그와 함께 서 있는 느낌이다. <대취타> 뮤직비디오에서 광기 어린 왕으로 표현되는 자아 D-1과 흑발의 새로운 왕 D-2의 대결은 서늘하고 짜릿하다. “개천 출신에 용 된 몸. 그게 내가 곧 사는 법” “범으로 태어났지 적어도 너처럼 약하진 않지” “위만 보던 난 이제 걍 아래만 보다가 이대로 착지하고파” 자기 주문 같기도, 자기 해석 같기도 한 가사를 쓰며 끝없이 존재를 고민하는 자가 <댓댓>에서는 신나게 논다. “인간은 인생을 살면서 계속해서 태어나는 것”이라고 어느 소설가(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그랬다. 존재를 고민하며 자신을 갱신해가는 아티스트가 있어 오늘도 즐겁다.

리담 칼럼니스트 dorisleewall@gmail.com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 1분에 업로드되는 동영상은 500시간, 매일 10억 시간 이상 동영상이 조회된다. 이 통계에 혁혁히 일조하며 ‘관련 동영상’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급기야 매일같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저자의 외침! 유혹에 ‘금사빠’가 돼버렸지만,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3주마다 연재.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