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의 설렘 세포가 꿈틀대며 손가락 발가락 끝을 간질이는 순간이 있다. 분위기를 쌓아만 가던 두 남녀 주인공의 입술과 입술이 포개지려다 말다를 반복하는 순간, 거기에 딱 맞는 음악이 흐르는 순간.
2021년 8월21일 10회로 마침표를 찍은 ‘썸 타는’ 드라마 <알고있지만,>을 보면서 나는 한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간지럽다 못해 손끝이 저릿해서 손목을 털기도 했다. 내 세포들은 주책맞게 설레지만, 내 근육은 연로하여 그 설렘을 감당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조소과 2학년 박재언(송강 분)과 4학년 유나비(한소희 분)가 끌림과 긴장 속에 팽팽해지다 닿을 듯 말 듯 물리적 거리까지 가까워지는 바로 그때 인디밴드 나이트오프의 몽환적 음악이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어우’ 하는 탄식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가 새나왔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본방송 시간인 토요일 밤 11시는 매우 적절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 남편도 잠든 시간. 아무도 내 옆에 없는 시간.
일주일에 한 번 60분의 긴장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참다못해 유튜브에서 농도는 유사하지만 풀이 방식이 완전히 다른 동영상을 켜고 ‘열일해서’ 저릿해진 세포를 웃음으로 달랬다. 내 이완제는 tvN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에서 절찬리에 제작했던 ‘에딧몬’의 스킨십 편집 영상이다.(이제 ‘에딧몬’은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 듯하다. 최근 동영상이 10개월 전 것이다.)
에딧몬의 스킨십 편집 영상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에딧몬을 이겨라!’ 그간 제작·방영됐던 로맨스 드라마의 최강 스킨십 장면을 모아 세 단계로 구분한다. 진행되는 동안 화면 왼쪽 위에 긴장도로 추정되는 점수가 올라간다. 오른쪽 위에는 에딧몬 세 마리가 콧김을 내뿜으며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점점 붉으락푸르락하다가 절정에 이르면 사망한다. 에딧몬 세 마리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영상을 보고 있으면 이기는 것.
‘에딧몬’의 영상들은 자막 맛집이다. ‘후방주의. 8분간 숨 못 쉬는 영상’은 그 명성의 결정판. 1단계, 드라마 <악의 꽃>의 이준기와 문채원의 눈빛이 너무 진해서 얼굴 둘 바를 모르려던 순간 “부업으로 양봉업 하는 게 분명. 꿀 뚝뚝” 자막에 긴장감이 피식 새나간다. 2단계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수위로는 가히 드라마 업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부회장 박서준과 김비서 박민영이 ‘어른 키스’를 선보이며 다음 단계로 진입하려고 분위기를 쌓아갈 때 등장하는 “여러분은 숨 쉬셔도 됩니다” 자막에 큰 깨달음을 얻는다. ‘아, 내가 숨을 참고 있었던 거야? 아니 왜?’
댓글들은 내가 외롭지 않음을 알려준다. “숨 쉬셔도 된다길래 아차 하고 숨 쉬었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자막 땜에 살았네~. 숨 쉬는 거 깜빡했네.” “아니 이걸 보면서 왜 내가 숨을 참냐고…. 이게 뭐라고 숨을 죽여, ㅋㅋㅋㅋ.”
숨죽이며 긴장하던 토요일이 끝나버렸다. 이제 또 누구와 사랑에 빠져야 하나. 나는 또다시 설렘을 찾아헤매는 하이에나가 되어 검색창을 샅샅이 뒤질 것이다.
리담 칼럼니스트 dorisleewall@gmail.com
‘에딧몬’의 스킨십 편집 영상
https://youtu.be/EvLmdX3vihs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유승민, 한동훈 ‘정치 개같이…’ 발언에 “보수는 품격”
거칠어진 한동훈 “범죄자들 치워버릴 것…이-조 심판이 민생”
‘중년 나잇살’ 왜 붙나 했더니…비만 돌파구 찾았다
한동훈의 ‘생닭’과 윤석열의 ‘대파’
조국, ‘응징 유세’ 예고…“윤 정권에 책임있는 사람들 찾아가겠다”
“돌아와요 박항서”…베트남, 후임 감독 1년 만에 경질
한동훈 “정치 개같이 하는…” 말조심 하자더니 스스로 막말
전공의에 “근무시간 단축·수련수당”…정부 ‘회유책’ 꺼냈지만
[3월27일 뉴스뷰리핑] 여야 판세 전망, ‘국민의힘 위기론’ 어느 정도인가?
김동조 대통령실 비서관 재산 1년 만에 210억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