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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준호 생각뿐이야

‘우리집 망령’이든 ‘옷소매 망령’이든 1집 1준호
등록 2022-01-26 15:11 수정 2022-01-26 22:03
인스타그램 @le2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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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대란이다. 누군가는 ‘우리집 망령’으로, 누군가는 ‘옷소매 망령’으로 각자의 이준호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집 망령’은 2PM 멤버 준호를 중심으로 찍은 ‘<우리집> 준호 직캠 영상’에서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이성이 마비된 영혼을 말한다. 2015년 영상인데 몸에 차르르 떨어지는 핏의 빨간 셔츠를 입고 “우리집으로 가자”고 손짓하는 준호에게 댓글창이 자지러진다. “오빠가 짐승돌인 게 아니라 시방 내가 짐승이여.”(1년 전) “2PM을 모르던 때가 차라리 좋았다. 볼 때마다 미쳐버리겠음.”(3주 전) 이 7년 전 영상은 이준호가 군복무 중이던 2020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떡상(급상승)해, 2022년 1월 현재 조회수 500만 회를 넘겼다. 2PM 멤버들과 이준호 본인조차 어리둥절해한다. 2021년 2PM 완전체 컴백의 발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옷소매 망령’은 2022년 1월1일 종영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 이산을 연기한 이준호에게 빠져 일상이 마비된 영혼들을 뜻한다. “배우 이준호한테 빠져서 아이돌 준호한테 감겨버림.ㅠㅠ”(1개월 전) “집안일이고 뭐고 손에 잡히지도 않고 환장하겠습니다. 한번 빠지면 출구도 없다는데 반백 살 먹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2주 전)

나 또한 ‘망령’ 중 1인이다. <우리집>에서 시작해 <옷소매 붉은 끝동>을 거쳐 지금은 일본 솔로 무대 영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덕이는 중이다. 그리고 새삼 놀란다. 아니, 왜 이렇게 활동이 많은 거야. 봐도 봐도 끝이 없다.

2008년 <10점 만점에 10점>으로 주목받으며 데뷔한 2PM은 인기 절정에 있을 때 주요 멤버 박재범이 탈퇴하는 전환기를 맞았다. 이후 2011년부터는 일본에서 비중 있게 활동했다. 특히 준호는 한국 활동을 병행하며 일본에서 2013~2018년 매년 솔로앨범을 발표했고 그때마다 오리콘 차트에서 1~2위를 차지했다고. (몰랐다.)

<우리집>과 함께 재조명받는 곡 <아임 유어 맨>(I'm Your Man)은 일본에서 먼저 발매했다. 2PM 원조 팬이 “할미팬은 여기서 할미꽃이 됩니다. 팬질 10여 년 만에 드디어 이 곡을 한국 팬들이 알아주다니”라고 눈물을 흘리며 쓴 글에 내가 눈물이 흐른다.

준호는 2015~2018년 일본에서, 2019년 국내에서 솔로 투어 콘서트를 했다. 솔로 공연이라 넓은 무대를 준호 혼자 장악한다. 하지만 혼자 무대를 차지할 때의 허전함이나 부족함 따위는 전혀 없다. 6명 멤버의 군무 속에서 준호를 찾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혼자만의 목소리와 눈빛과 춤으로 무대를 꽉 채울 만큼의 역량이 되는 아티스트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반복해서 보는 것이 2018년 12월 일본 솔로 콘서트 무대다. 준호의 자작곡 <소 굿>과 <노바디 엘스>에서 준호가 손을 쓸 때마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볼은 상기된다. 나는 손동작에 취약한 것이 명백하다.

행복은 하나, 일상이 마비되어 애로가 심대하다. <하.니.뿐> 공연 영상을 재생하며 준호 파트를 흥얼댄다. “하루 종일 니 생각뿐이야.”

리담 칼럼니스트 dorisleewall@gmail.com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 1분에 업로드되는 동영상은 500시간, 매일 10억 시간 이상 동영상이 조회된다. 이 통계에 혁혁히 일조하며 ‘관련 동영상’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급기야 매일같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저자의 외침! 유혹에 ‘금사빠’가 돼버렸지만,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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