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한국대학교. 전공: 시디(시각디자인). MBTI: ENFP(핵인싸. 계획대로 움직이기보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다). 키: 190㎝. 얼굴: (매우) 잘생김. 취미: 스케이트보드. 좋아하는 것: 향초, 엘피(LP), 조명, 추상추(학교 후배 추상우의 별명). 현재 상태: 졸업 실패(추상추의 조별 과제 ‘무임승차’ 폭로로 교양과목 F학점 받고 졸업과 유학 취소). 반전: 프랑스 유명 회사 디자이너로 해외 취업 성공.
왓챠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 <시맨틱 에러>에서 남자주인공 장재영(사진 왼쪽)의 프로필이다. MBTI에 대한 선호도 차이는 있겠지만,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프로필이다. ‘시맨틱 에러’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코딩에서 발생하는 에러를 말한다.
그런 장재영에게 “선배는 에러예요! 에러!”라고 외치는 ‘무채색’ (옷만 입는) 후배가 있다. 추상추. 아니 추상우. MBTI는 ISTJ다. 장재영과 일치하는 항목이 하나도 없다. 내향적이고 분 단위로 일정을 짜서 움직인다. 매일 앉는 자리, 매일 먹는 캔커피 등 루틴이 뚜렷하다. 루틴과 계획이 깨지면 불안하다. 전공은 컴퓨터공학.
학교의 핵인싸로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재영이 상우에게 ‘에러’인 것은 루틴과 계획에 맞춰 한 치의 오차 없는 시계처럼 살아가는 상우에게 끊임없이 감정이라는 버그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재영이라는 ‘에러’ 때문에 상우는 자꾸 멈추고, 버벅댄다. 급기야 사랑에 빠진다.
드라마 <시맨틱 에러>는 남성과 남성의 연애 관계를 다룬 비엘(BL. Boy’s Love) 웹소설 <시맨틱 에러>가 원작이다. 2017년 연재된 뒤 웹소설·웹툰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된 원작부터가 덕후들 사이에서 뜨거웠다. 드라마 역시 왓챠에서 거의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내 경우 드라마 <시맨틱 에러>에 빠져든 단계는 다음 같았다. 1단계, 좀 유치한데. 난 그냥 그래. 2단계, 그래도 길지 않은데 계속 볼까. 3단계, 어, 어, 어. 4단계, 어이쿠.
4단계 ‘어이쿠’ 단계로 빠져드는 계기는 저마다 다른데, 나에게는 4회 마지막과 5회 처음의 분장실 장면이 그랬다. 재영이 상우의 손을 낚아채 숨을 때 스위치가 눌려 은빛 조명이 찰랑댄다. “미안하다고 가서 빌까.” “어떻게 해줄까.” “말해봐.” 재영의 속삭이는 목소리는 달콤하다. 달달한 목소리와 함께 재영과 상우의 얼굴 거리가 5㎝ 이내로 좁혀졌을 때. 쿵덕쿵덕쿵덕. 내 심장 뛰는 소리가 내 귓전에 울릴 때 흠칫하고 어깨를 움츠리며 심장을 진정시켜본 적이 있는지. 심장이 뛰기 시작할 때 재영과 상우 너머의 빨간 조명이 켜져 둘의 얼굴을 밝혔다. 내 얼굴도 같이 붉어졌다.
4단계에 들어가서 이제 ‘얘네가 누구지?’ 찾기 시작하면 더욱 헤어나올 수 없다. 소설 <시맨틱 에러>가 2020년 웹툰으로 나오면서 원작 내용 그대로 재영과 상우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이 생긴 것이다. 원작에서 묘사한 대로 ‘첫 게시물’은 “잘 부탁한다”는 글과 함께 올라가 있는 무표정한 얼굴의 셀카. 재영이 아르바이트하는 연석동 맛집 음식 사진, 과제 때문에 집에 못 가고 찍은 셀카 등. 현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팬들은 원작이 묘사한 대로 ‘하트’와 ‘눈물’로만 댓글을 다는 등 몰입에 부스터가 생겼다.
드라마화된 뒤에는 재영과 상우의 브이로그가 올라왔다. 드라마에서 완전히 볼 수 없었던 재영의 방과 상우의 방. 둘의 혼밥. 둘의 취향.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재영인가 상우인가. 재영을 연기하는 박서함인가, 상우를 연기하는 재찬인가. 혼란 속에 오늘도 검색창에 ‘시에러’(시맨틱 에러의 줄임말)를 검색한다.
리담 칼럼니스트 dorisleewall@gmail.com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 1분에 업로드되는 동영상은 500시간, 매일 10억 시간 이상 동영상이 조회된다. 이 통계에 혁혁히 일조하며 ‘관련 동영상’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급기야 매일같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저자의 외침! 유혹에 ‘금사빠’가 돼버렸지만,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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