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봄 평상 위에 얹은 간이 지붕. 태풍이 오기 전까진 쓸 만했다.
한여름 밭일을 하다보면 뙤약볕이 화살처럼 날아와 살 속에 내리꽂힌다. 내 몸은 화살촉 수만큼의 땀방울을 쭉쭉 배출한다. 그 힘을 버티고 이기려다간 큰일 난다. 일사병으로 쓰러진다. 여차하면 생명이 위험하다. 그럴 땐 30~40분마다 그늘에 들어가 쉬며 물을 마셔줘야 한다. 반대로 밭에서 일하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잠깐 비를 그을 곳이 필요하다. 차에 들어가 있거나 우산을 쓰고 밭 한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 있다보면 모양새 빠진다는 느낌에 좌절한다.
내게도 농막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밭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이 밭에 농막을 설치하면 ‘불법 적치물’이 된다. 남의 땅을 돈 주고 빌려 짓는 소작농의 운명이다. 대한민국헌법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제121조 1항)고 하는데, 나는 나라 땅 소작농이다.
농막은 안 돼도 평상은 되지 않을까? 4년여 전, 앞서 내게 땅을 빌려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전화해 물었다. 건축법상 지붕과 벽이 없는, 그래서 철거가 손쉬운 평상은 괜찮다는 대답을 들었다.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몇십만원 돈 주고 살 수도 있지만 그건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걸 돈 주고 사기만 하는 이 자본주의 질서가 난 싫다.
인터넷에서 내게 맞는 평상의 설계도를 검색했다. 가로와 세로가 2.4m인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읍내 목재상과 철물점에서 방부목 등 목재와 그 목재를 자를 목공톱, 조립에 필요한 나사못을 돈 주고 샀다. 두 나절 동안 두 아들을 보조 일꾼으로 동원해 자르고 조립했다. 만날 잔소리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것이 아이들과 결속력을 다지는 데 훨씬 낫다는 걸 배웠다. 나름의 성취감은 덤이다. 이십 몇만원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다.
그렇게 만든 평상은 지붕을 얹지 못해 계속 아쉬웠다. 민물낚시 다닐 때 쓰던 파라솔을 펴 비와 햇볕을 막았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된 지붕엔 미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봄에 망가진 텐트의 사각 뼈대에 캠핑용 그늘막인 타프를 얹어 케이블타이로 고정한 형태의 간이 지붕을 만들었다. 아쉬운 대로 비와 햇볕을 80% 이상 막아주며 한 철 쓸 만한 쉼터 구실을 했다.
수십 년 낚시꾼이자 캠퍼로서, 나는 진작 예상했다. 후려치듯 달려드는 태풍과 돌풍을 이겨내지 못하리란 것을…. 이런 형태의 구조는 바람에 취약하다. 들판의 이런 천막은 사실상 큰 연 또는 돛과 같다. 아니나 다를까, 영근 고추를 한창 수확할 즈음 타프는 이미 이리 찢기고 저리 뜯겨 너덜너덜해졌다. 뼈대만 남았다.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분노와 자신을 향한 연민으로 울렁였다.
2022년 새해 농사를 궁리하는 내 머릿속은 복잡하다. 올핸 나무를 사다 태풍 따위에 끄떡없는 지붕을 올려야 하나? 아니야, 소작 5년차에 접어든 이 밭을 언제까지 지을지도 알 수 없는데 계속 투자하는 게 맞나? 아니 그럼, 도대체 쇄도하는 햇살 촉은 어떻게 피할 건데?
글·사진 전종휘 <한겨레> 사회에디터 symbio@hani.co.kr
*농사꾼들: 주말농장을 크게 작게 하면서 생기는 일을 들려주는 칼럼입니다. 김송은 송송책방 대표, <한겨레> 김완, 전종휘 기자가 돌아가며 매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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