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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대선 후보 선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제치고 정의당 대표 당선… 권영국 “진보정치 복원할 것”
등록 2025-04-30 20:57 수정 2025-04-30 21:28
2025년 4월30일 서울 구로구 정의당 당사에서 권영국 후보(왼쪽)가 한상균 후보를 포옹하고 있다. 정의당TV 갈무리

2025년 4월30일 서울 구로구 정의당 당사에서 권영국 후보(왼쪽)가 한상균 후보를 포옹하고 있다. 정의당TV 갈무리


경쟁이 끝나자 두 사람은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곧 서로를 끌어안았다. 권영국 후보가 작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한상균 후보가 마주보며 웃었다. 2025년 4월30일 저녁 8시20분께 서울 구로구 정의당 당사에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였다. “권영국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여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는 경선관리위원회의 발표를 듣고 한 후보가 박수 쳤다. 권 후보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떴다. 발표장 안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 응원 속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격려했다.

시민사회계를 대변하는 대통령 후보로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나선다.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는 2025년 4월27일∼4월30일 사흘 간 회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권 후보가 6477명 중 4565표(70.5%)를 득표해 한상균 후보(29.5%·1913표)를 제치고 대선 후보로 결정됐다고 30일 밝혔다. 전체 선거인단 7559명 중 6477명(85.7%)이 표를 던졌다. 지난 4월17일 한상균 노동자계급 추진위 대표와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나란히 출마해 2주 간 경선을 벌인 결과다.

권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오늘 이 자리는 단지 한 명의 대선후보를 위한 자리는 아니다. 다시 진보정치가 일어설 수 있을지, 불평등과 차별에 맞선 진보정치를 우리가 복원해낼 수 있을까 염려와 염원이 담긴 이 자리를 승리의 길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 길의 무게를 가슴 깊이 새기겠다. 차별 없는 나라,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여기 있음을 외치겠다”고 말했다.

한상균 후보는 “권 후보가 21대 대선에서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당당히 외쳐주시고 다시 진보 정치의 새 길을 당당하게 열어주실 거라 믿는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어 “재벌 중심의 성장 체제로 이 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우리가 더 유능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나아가 광장에서 이야기했던 차별과 혐오를 풀고자 하는 권 후보의 애정과 깊이가 우리 민중과 함께 만나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21대 대선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선 결과가 발표된 서울 구로구 정의당 당사는 이 날 오후 7시45분부터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한 후보와 권 후보도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노조 지부장과 변호인으로 함께했던 사이다. 4월21일∼23일 세 차례 온라인 토론회에서 한 후보는 ‘노동자 민중이 주인 되는 사회’를, 권 후보는 ‘사다리에 올라가지 않아도 잘 사는 사회’를 강조했다. 노동법 밖 노동자 보호와 양극화 해소, 주거 빈곤과 여성 안전, 소수자 차별 금지 등을 두 사람은 진지하게 논의했다. 접근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민중 염원을 받아 안아야 한다’ 는 인식은 같았다.

앞서 정의당·녹색당·노동당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은 내란을 계기로 터져나온 사회대개혁의 염원이 정당 세력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연대회의를 만들어 통합 후보를 꾸렸다.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3% 이상 득표한 정의당을 통해 TV 대선토론회에 나간다.

권 후보는 ‘거리의 변호사’로 불린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파업과 2010년 현대차 CTS 파업 등에 참여해 노동자를 두루 변론했다.​ 2018년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로는 일터의 산업재해에 뛰어들었다. 2021년 평택항 이선호씨 사고와 2022년 SPL 청년 노동자 박선빈 사고의 진상규명을 주도했다. 종종 물구나무 선 자세로 시위해 ‘물구나무 대장’이라는 별칭도 있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있기에 (정의를 바로세우려면) 내가 뒤집혀야 한다”고 권 후보는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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