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마주할 때 인사한다. 인사는 하나의 존재가 또 다른 존재를 마주하는 지점에서 발생된다. 그래서 인사를 주고받는 행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상대의 존재를 인지하고 존중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안녕’은 편안할 ‘안’, 편안할 ‘녕’으로 이루어진 한자어로, 상대방이 평안한 상태이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겼다.
참 신기한 것은 비록 문화권과 언어는 다 다를지언정, 전세계 어느 곳에서든 인사라는 행위로 표현하고 확인하고 바라는 뜻은 놀랍게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중국어의 ‘你好’(니하오)는 ‘너 니(이)’ ‘좋을 호’의 한자어로, ‘당신의 상태가 괜찮습니까’라는 의미이다. 타이어 ‘สวัสดี’(사와디)의 ‘ดี’(디) 또한 ‘좋다’라는 뜻이다. 히브리어 ‘’(샬롬)과 아랍어 ‘’(살람)은 ‘평화’ ‘평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글로 쓰인 성경은 예수가 부활 후 제자들에게 처음 나타난 뒤 “평안하냐”고 물었다고 번역한다. 예수가 부활 후 내보인 첫 행동은 인사를 건네는 행위였다.
인사의 언어적 표현은 몸을 구부리거나, 손을 합장하거나, 악수하거나, 포옹하거나, 입을 맞추는 등 신체적 표현과 동반된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상대방을 처음 마주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분명 호의다. 적대의 의미를 담는 인사는 없다. 아니, 애초에 이는 형용모순이다. 인류 보편적으로 하나의 존재가 또 다른 존재를 마주하는 시작점이 ‘인사’라는 행위, 곧 호의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인사’라는 행위가 인간이라는 동물의 실존적인 행위라고 보았을 때, 인간의 실존은 상호 호의적인 ‘관계성’에 그 기반을 둔다고 볼 수 있다. ‘나’라는 존재는 상대와의 관계성에 의해 규정되며, 상대방이 ‘안녕’해야 나도 비로소 ‘안녕’할 수 있다. 상대가 ‘안녕’하지 못하면 나 또한 불안함을 느낀다. 우리가 안부를 주고받을 때 타자와 연결되고 하나가 된다.
진심 어린 ‘인사’가 풍성해지는 일아프리카 줄루족의 인사말은 이를 조금 더 직관적으로 담고 있다. 이들은 상대방과 마주할 때 ‘sawubona’(사우보나)라고 인사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ngikhona’(응기코나)라고 화답한다. 이는 각각 ‘I see you’(나는 당신을 봅니다), ‘I am here’(내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상대가 어떤 상태이든, 그 상태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꺼이 내 공간에 상대를 초대하고 그 순간 타자의 감정을 내게 전이해보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존재하는 상대. 이 진정 어린 연결이 일어날 때,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표현하는 것처럼.
결국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일이란 이런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인사’가 풍성해지도록 하는 것, 곧 내 안에 두려울지라도 최선을 다해 타자와의 연결 가능성을 힘껏 열어젖히는 것, 내 마음속 상대를 위해 환대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사람 사는 세상’이란 이러한 관계성과 연결과 환대가 풍성한 곳을 말하는 게 아닐까.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모습을 사회 곳곳에서 발견한다. 최근 대구에서 이슬람사원 건축 문제로 주민들과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이 갈등하는 소식을 들으며 아픔을 느낀다. 서로 이해하려기보다는 상대를 나와 상관없는 존재로 바라보며 연결을 거부한다면, 당장은 편함을 느낄지언정 필연 외롭고 불행해지는 길이 아닐까. 결국 우리는 인사해야 숨을 쉴 수 있는 존재이다. 우리는 서로가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종대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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