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다양성 위기’에 빠졌다. 넷플릭스의 트랜스젠더 직원들은 2021년 10월20일 파업하겠다고 예고했다.
9월 스탠드업 코미디언 데이브 셔펠의 새 스페셜 시리즈 <더 클로저>가 파업의 발단이다. 셔펠은 트랜스젠더, 특히 유색인종과 트랜스 여성을 희화화하는 내용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로 자주 논란을 빚었다. 넷플릭스 내 트랜스젠더 당사자이거나 지지자인 직원들은 <더 클로저> 공개 전 셔펠의 쇼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선동과 폭력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그럼에도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TV부문 글로벌 부문장과 테드 서랜도스 공동대표 등 임원들은 <더 클로저>가 위험수위를 넘지 않는다고 판단해 방영을 결정했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테라 필드 등은 임원진의 결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했다. 자신을 백인 트랜스젠더 여성이라고 밝힌 테라 필드는 “셔펠의 쇼는 나와 같은 백인보다도 유색인종 트랜스젠더에게 더 큰 직접적 위해가 된다”고 트위트를 올렸다. 이후 그를 비롯한 최소 세 명이 업무에서 배제됐다.
<블룸버그>는 10월14일 넷플릭스가 <더 클로저> 제작에 약 241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전했다. 참고로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2140만달러다. <더 클로저>는 9월 말 첫 방영 이후 1천만 명 넘는 누적 시청자 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단독 입수한 내부 문건을 인용해 넷플릭스가 데이브 셔펠의 이전 시리즈인 <스틱스 앤 스톤스>의 가치를 1940만달러가량으로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트랜스젠더 활동가 등을 초청해 사내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리드 헤이스팅스(사진) 공동대표는 내부 게시판에 “앞으로도 셔펠과의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는 그가 ‘고유한 목소리’를 지녔다고 보지만, 직원들이 그의 쇼를 절대 보고 싶지 않다면 그 또한 이해할 수 있다”고 썼다.
“사랑은 사랑일 뿐,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코미디는 코미디일 뿐. 다양성을 존중할 준비가 됐는가?” 넷플릭스 내 LGBTQ 관련 콘텐츠 섹션 소개 문구다. ‘코미디는 코미디일 뿐’이라는 문구에 특히 눈길이 머문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관심 분야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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