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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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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한 통으로 들여다보게 된 통장

나도 모르게 통장에서 빠져나가던 보험료 ‘다이어트’
등록 2021-01-25 23:50 수정 2021-01-29 10:44
‘시골에서 적게 벌기’는 아주 쉽지만 ‘시골에서 적게 쓰기’는 어렵다. 김진수 선임기자

‘시골에서 적게 벌기’는 아주 쉽지만 ‘시골에서 적게 쓰기’는 어렵다. 김진수 선임기자

“고객님의 보험료가 인상되었음을 알립니다.”

얼마 전 남편이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문자 한 통이 왔다. 갱신된 보험료는 생각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매달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보험료에 무신경했던 남편은 그제야 본인이 가입한 보험 내용을 찾아 더듬더듬 읽어나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이 가입한 보험을 독립한 뒤 그대로 이어받았다. 변경하거나 해지하려니 번거로워 그동안 어떤 보험에 가입됐는지, 혜택이 뭔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그저 꼬박꼬박 보험료를 냈다.

문자 한 통이 계기가 되어, 각자 보험 보장 내용을 찾아봤다.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가득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보험회사를 찾아갔는데, 지금 것보다 훨씬 더 좋지만 훨씬 더 비싼, 새로운 보험상품 가입을 권유받았다. 추천받은 상품이 우리 부부에게 필요한 건지, 기존 보험이 제대로 설계됐는지 알기 위해서는 보험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했다. 시골에서 적게 벌고 적게 쓰며 살겠다고 매일 영수증을 들여다보고, 얼마 되지도 않는 장바구니 속 물건을 뺐다 넣었다 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매달 그리고 몇 년씩 꽤 많은 금액을 붓는 보험에 대한 공부는 부족했던 것이다.

남편과 보험에 대해 차근차근 공부해나갔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많이 활용했는데, 다양한 영상을 볼수록 우리가 가입하고 싶은 보험의 내용과 수준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기존 보험상품에서 새로 넣거나 빼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그 결과 남편은 처음 설계사가 제안한 금액의 절반만큼 보험료를 내고 본인이 원하는 내용으로만 꽉 채운 보험에 새로 가입했다. 기존 갱신형 보험은 해지해 더는 보험료가 크게 오를 걱정이 없어졌다. 나 역시 별생각 없이 매달 내던 보험료를 꼼꼼히 따져본 뒤, 꼭 보장받고 싶은 항목만 남기고 나머지는 비워내 보험료를 반으로 절약했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가 확연히 줄었다.

충분한 보험료를 내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우리 역시 처음에는 설계사가 추천한 상품을 두고서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한 결과,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내어 불확실한 미래를 빈틈없이 잘 대비하는 것 대신,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남겨두기로 했다. 더 많은 보험료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기보다, 덜 쓰고 덜 벌고 덜 일하기로 했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쏟기로 했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가 줄어든 만큼, 삶의 여백이 커졌다. 비워낸 만큼, 우리 부부가 원하는 선택으로 삶을 채워나갈 여지가 더 커진 셈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게 필요해.” 얼마 전 가계부를 정리하던 남편이 내뱉은 말이다. ‘시골에서 적게 벌기’는 아주 쉽다. 새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대부분 영세한 사업장이니 보수도 많지 않다. 하지만 ‘시골에서 적게 쓰기’는 어렵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소비하는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간다. 그러니 올해에도 매일 영수증을 의식적으로 들여다볼 생각이다. 무심코 흘려보낸 비용을 또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남해=권진영 생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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