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안타깝게 가게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그런데 남해에는 어려운 시국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공간이 꽤나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오래전 이탈리아 여행에서나 경험해보았던, 서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바가 새로 문을 열었고, 자신의 할아버지 집을 개조하여 불가리아 음식과 디저트를 선보이는 곳도 등장했다. 그것도 시골 마을 한복판에 말이다. 남해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을 글과 소품으로 풀어내 마치 작은 전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도 생겼다. 남해는 대표적인 인구소멸위험지역이라는데, 그럼에도 주인장의 취향과 개성이 묻어나는 작은 가게들이 골목과 골목 사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공간의 탄생 소식은 지역사회 안에서 꽤나 빠른 속도로 퍼지는 듯하다. 남해에 사는 지인들, 그 지인들을 통해서 알음알음 알고 있는 남해 사람들의 SNS를 보면, 어디에 어떤 가게가 새로 생겼는지 이른바 ‘신상’ 소식을 빠트리지 않고 알 수 있다. 요즘 새로 생긴 가게에 방문했음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마치 릴레이처럼 올라오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 역시 그 대열에 속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쉬는 날이면 새로 문을 열었다는 가게에 꼭 한번쯤은 찾아가본다. 원래 ‘신상 카페 투어’라는 것에 그다지 관심도 흥미도 없는 편이었는데 말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달라져 있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어서 혹은 그것을 쫓으며 살고 싶지 않아서 서울과는 한참 멀리 떨어진 작은 섬에 내려왔다. 매일 변함없이 잔잔하고 단순하게 이어지는 일상도 분명 좋지만, 남해 생활 3년차 ‘새로움’ 혹은 ‘변화’에 목마른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그게 우리 부부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지역 사람들이 어디에 어떤 가게가 새로 생겼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 이어달리기처럼 모두 한 번씩은 다녀가며 후기를 남긴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머무는 이 섬 안에서 낯설고 새로운 것, 그래서 흥미로운 것을 마주하는 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가게가 여럿 생겨나고 있다지만, 여전히 지역 안에서 다양한 선택지는 부족하다. 의료나 교육 등 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마저 지역 밖으로 나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화’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더 척박하다. 그러니 우리의 남해 생활에 대해 남편과 함께 나누는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뭐라도 생기면 좋은 거지.”
‘적게 벌고, 적게 쓰자’를 모토로 시골살이를 이어가는 우리 부부이지만, 요즘은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었다고 하면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가 흔쾌히 지갑 속 카드를 꺼낸다. 그리고 즐겁게 맛보고 경험한다. 새로운 시작을 작게나마 함께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지금보다 더 많은 가게가, 공간이 생겨나면 좋겠다. 그런 공간들을 하나씩 자신의 취향대로 매만져나갈, 다양하고 재미난 사람들이 이 섬에 더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영수증이 다양해지는 것만큼, 시골 마을 속 단순한 일상에 때때로 즐거운 변화와 마주하는 설렘이 스며들었으면.
남해=글·사진 권진영 생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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