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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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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끝나지 않는 집

철거부터 페인팅, 싱크대 설치까지 직접 해보니
등록 2021-04-25 13:08 수정 2021-04-29 02:27
직접 색칠한 거실 벽면. 우리가 고른 색을 칠하는 것도, 셀프 리모델링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직접 색칠한 거실 벽면. 우리가 고른 색을 칠하는 것도, 셀프 리모델링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남해로 이주하기 전의 일이다. 전북 순창에서 진행된 ‘시골집 고쳐 살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4박5일간 오래된 시골집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도배와 장판, 전기, 타일 등 집수리에 필요한 공정을 실습해볼 수 있었다. 며칠 만에 달라진 집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 부부가 남해로 정말 귀촌할 줄은, 게다가 직접 오래된 집을 고치게 될 줄 말이다.

2층 단독주택으로 이사해 직접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철거부터 페인팅, 싱크대 설치까지 손 안 가는 곳 없이 집 안 전체를 우리가 직접 고치다보니 일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1층 공사는 2주가 걸렸고, 한 달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2층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날마다 집을 손보고 있으니, 오가며 마주치는 이웃 어르신들은 “매일 뭘 그리 열심히 고치느냐” “어디서 그런 기술을 배웠느냐”며 신기한 듯 물으신다.

손으로 공구를 다루는 일과 거리가 멀었던 우리 부부는 남해에 와서 낯선 공구와 친숙해졌다. 필요한 것을 ‘소비’를 통해 쉽게 해결하는 도시의 방식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남해에 내려와 이동식 목조주택을 지어보는 워크숍에 몇 개월 참여했고, 자재나 공구에 익숙해진 손으로 집에서 쓸 책상과 텔레비전 받침대, 조명 등을 하나씩 만들어 썼다. 집을 고치는 일도 업체에 맡기거나 누구 손을 빌리기보다 되도록 우리 손으로 하기로 했다.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집을 취향에 맞게 고쳐나가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대부분 해본 적 없는 일을 처음 하다보니, 어떤 것은 생각보다 수월했지만 또 어떤 것은 생각보다 배로 힘들었다. 작업반장을 맡은 남편은 낮에는 힘든 작업을 하고, 매일 밤 유튜브 삼매경이다. 공사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동영상으로 찾아보며 해결하고 있다. 동영상에서 본 대강의 내용을 우리 집 수리에 적용해보고, 실패하면 또다시 동영상을 찾아보며 해결법을 찾는다.

그러다 도저히 직접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마주치기도 한다. 누수가 생겼을 때 그랬다. 며칠째 비가 계속 오던 날, 천장에서 비가 새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는데 비가 그친 뒤에도 천장에서 계속 물이 떨어졌다. 결국 전문 업자를 불러 원인을 알아보니, 우리가 욕실 세면대를 철거하고 새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수도 배관을 힘껏 제대로 막지 않은 탓이었다.

다행히 누수 문제는 해결됐지만, 여전히 목표한 공사를 다 마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도 우리가 직접 집을 고쳐나가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새로 이사한 집 안에는 우리만이 알 수 있는 다양한 흔적과 이야기가 벌써 무수히 쌓여 있다.

남해=글·사진 권진영 생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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