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음악계에서 가장 신선하고 중요했던 열쇳말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게임’을 들 것이다. 국내에서는 넷마블과 빅히트의 가 좋은 사례겠지만, 세계적으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K/DA, <포트나이트>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었던 트래비스 스캇, 그리고 <마인크래프트>에서 열린 가상세계 디제이 페스티벌 등이 있었다.
얼마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20년 콘텐츠산업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이 보고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게임이 다 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게임산업 성장이 확연했다. 앞으로 게임은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마켓플레이스 등으로 확장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중요한 이벤트인 ‘더 게임 어워즈’에서도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가 새로 공개됐다. ‘OFK’라는 가상 밴드가 등장하는 게임, <위 아(We Are) OFK>가 그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것은 티저(다음 이어질 내용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로, 2021년 봄 정식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게임은 ‘물가 비싼 뉴욕에서 밴드를 결성한 젊은이들'을 육성하는 내용으로, 유저들은 캐릭터를 키우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집세도 내고, 레코딩도 하고, 음악 관계자도 만나고, 심지어 마케팅도 한다. 그 과정에서 OFK의 신곡은 게임 안에서 선공개되고, 뮤직비디오도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제작돼 유튜브에서 공개된다. 유저들이 밴드 멤버가 되어 경험하는 스토리텔링이 아예 새로운 밴드의 데뷔와 활동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 게임이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게임과 음악을 결합하려는 실험은 앞으로 지속해서 나오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사실, 팝음악과 게임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매력적이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유가 뭘까? 게임과 음악의 결합이 어쩌면 본질을 놓친 채 피상적으로, 혹은 사업적으로만 전개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2019년 나온 게임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가 있다. 이 게임은 ‘듣기 좋은 팝 앨범 같은 게임을 만들자’라는 일념으로 제작돼, 그해 게임 어워즈 올해의 게임 부문에 올랐다. 한 번이라도 이 게임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매우 강력한 인상을 남겼는데, 특히 유려한 팝 싱글 같은 사운드트랙이 유명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게임을 다 끝낸 사람들의 반응이다. 신기하게도 ‘게임을 끝내고 엉엉 울었다'는 얘기가 많다.
이 게임으로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거나 다친 마음을 위로받았다는 이야기들. 도대체 왜일까?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의 핵심 메시지는 ‘자신의 마음을 지키면서 세상을 구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인데, 바로 그 점이 음악과 게임 플레이로 꼼꼼하게 구현됐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그 세세한 부분에 공감하고 감동해 팬이 된다.
그러니까 팬의 마음, 게임과 음악이 만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하지만 둘의 만남은 쉽지 않다. 팬덤의 핵심은 결국 ‘마음'일 텐데, 그 마음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마음이란 순수함 혹은 어리석을 만큼 순진한 동기로서 콘텐츠 기획과 비즈니스의 핵심이기도 하다. 2021년에는 어떤 사례가 나올지 기대된다.
차우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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