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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즈니스는 ‘팬덤 경제’가 된다

콘텐츠에 대한 팬덤, 사용자와 좋은 관계를 고민하는 ‘마음의 비즈니스’
등록 2021-01-25 14:24 수정 2021-01-27 23:38
목소리를 수집하는 가상인간 김래아. LG전자는 ‘CES 2021’에서 목소리를 공개했다. 김래아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목소리를 수집하는 가상인간 김래아. LG전자는 ‘CES 2021’에서 목소리를 공개했다. 김래아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김래아(來兒), 23살, 프로페셔널 작곡가를 꿈꾸며 2020년 10월 사운드클라우드에 첫 곡을 올렸다. 셀카를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종종 올린다. 하지만 목소리가 없다.

놀라지 말 것. 김래아는 LG전자에서 만든 가상인간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옷은 ‘셔터스톡’(이미지·동영상을 사는 쇼핑몰)에서 구매한다.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이름 그대로 미래에서 사는 그는 목소리가 없어 지하철, 마트 등에서 목소리를 수집한다. ‘시리’(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에게 ‘목소리를 어떻게 가졌는지’ 묻기도 한다. LG전자는 세계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래아를 공식 발표하면서 그의 목소리를 공개했다. 목소리 없는 인공지능/가상인간이 자기 목소리를 찾기까지의 과정, 일종의 ‘세계관’이다.

아닌 게 아니라 CES 2021의 화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었다. 청소기, 냉장고, 자동차 등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제품이 더 똑똑해진다. 우리 일상에서도 이미 스마트폰부터 인공지능 스피커까지 음성으로 필요한 걸 요청하고, 명령하고, 피드백하는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오케이 구글, 뉴스 읽어줘.” “시리야, 음악 틀어줘.” “△△야, ○○까지 경로 알려줘”라고 얘길 하다보면 이들을 ‘기계'라고 부르기가 좀 꺼려진다. 살아 숨쉬는 대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공지능, 로봇 등이 갑자기 일상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비인간의 인간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면서 생긴 일일까? 아니면 애초에 벌어질 일이 비대면 상황에서 더 강조되는 걸까? 무엇이든 중요한 점은 ‘거리감’이 비약적으로 좁혀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도와주는 건 ‘콘텐츠’다.

콘텐츠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는 ‘디지털로 전환돼 유통되는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의 멀티미디어’를 말한다. 인터넷이 처음 나온 1990년대 말의 정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콘텐츠는 인터넷에 연결된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일컫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산업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어째서? 콘텐츠가 브랜드, 기업, 사람의 거리를 좁혀주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관계가 생긴다. 이를 ‘팬덤’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사용자/구독자와 브랜드의 거리는 전에 없이 가까워질 것이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 일상적인 관계로 확장된다. 앞으로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팬덤 경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팬덤 비즈니스는 결국 ‘마음의 비즈니스’다. 여기서 마음은 관심이다. 관심이야말로 ‘시간’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의 비즈니스는 사용자의 시간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지적한 부분인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다음이다.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려는 사업자의 노력은 새삼, 하나의 목표로 향한다. 바로 고객 중심 사고방식이다.

팬덤은 무엇이고 팬은 어떻게 만드나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쉽다. 사용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을 고민하면 된다. 그러니까 ​팬덤-관계-마음-관심-시간-고객 중심 사고는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차우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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