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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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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랩] 도대체 케이팝이란 무엇인가

타이보다는 미국 스타일에 가까운 케이팝 곡,
런던에서 데뷔한 케이팝 걸그룹… 다각도로 전개되는 케이팝
등록 2020-12-06 08:32 수정 2020-12-11 01:22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전의 <다이너마이트>에 이은 신곡 <라이프 고즈 온>도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다이너마이트>는 3위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블랙핑크도 정규 1집 《디앨범》이 7주 연속 빌보드 앨범차트 상위권을 유지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가상세계의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로 신인 걸그룹 에스파(aespa·사진)를 데뷔시켰다. 각 멤버는 3차원(3D) 애니메이션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아바타와 연결된다. 현실세계 아티스트와 가상세계 아바타는 중간 세계인 ‘디지털세계’에서 교감하며 성장한다는 설정으로, 팀 정체성과 직결되는 세계관이다. 어쩌면 영화 <그녀>(Her)의 다른 버전인 셈이다. 해외 매체와 팬들은 이 설정만으로도 크게 주목한다.

케이팝의 전성기란 말이 무색하리만큼 케이팝에 대한 관심은 다각도로 전개된다. 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상황과 겹치면서 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 전반에 영감을 준다. 이런 현상은 가상현실, 비즈니스모델, 지속가능성, 팬덤, 세대 그리고 콘텐츠산업이라는 핵심어로 수렴된다. 새삼, 케이팝이란 무엇인가?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떠오른 이슈도 있다. 2020년 4월 영국 런던에서 데뷔한 케이팝 걸그룹 ‘가치’(KAACHI)는 영국인 3명과 한국인 1명으로 구성됐다. 아리랑TV 피디 출신인 이혜림 대표가 만든 레이블 ‘프런트로’ 소속이다. 데뷔 뮤직비디오는 12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고 댓글은 9만3천여 개 달렸다. 11월에 발표한 신곡 <포토 매직>은 2주 만에 조회수 185만 회와 댓글 6만3천 개를 얻었다.

모두가 호의적인 건 아니다. ‘앵글로색슨은 케이팝을 할 수 없다’는 과격한 의견부터 ‘한국어 발음이나 스타일을 노력하는 결과가 보여서 응원한다’는 유보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여기에는 문화 전유, 기울어진 운동장, 영미권 음악산업이 작동하는 방식 등이 모두 개입된다. 인상적인 반응은 “한국 엔터테이너들이 오랜 노력으로 성취한 케이팝을 백인들이 착취하려고 한다”는 글이다.

한쪽에선 케이팝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그 곁에선 ‘진짜’ 케이팝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다. 구글 뉴스에서 ‘K POP’을 검색하면 엔터테인먼트 섹션뿐 아니라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기술 혹은 정치 섹션의 기사가 뜬다. <뉴욕타임스> <포브스> <가디언> 등 신뢰 높은 매체 기사도 많다. 다시 한번, 도대체 케이팝이란 무엇인가.

케이팝은 애초 당대에 유행하던 여러 장르를 뒤섞은 다음 미디어 트렌드(비디오)를 반영한 결과였다. 이렇다보니 처음엔 ‘오리지널리티’(독창성)가 없다는 거로 욕먹었는데 이제는 ‘오리지널리티 없는 오리지널리티’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게다가 한국은 문화적으로 아시안 공동체의 정서가 표백된 사회다. 일본이 전후 영미권 청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강박적으로 좇은 것과 유사하게, 한국은 미국 동부의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을 뒤좇았다. 한국은 정서적으로 타이보다 미국이 훨씬 친밀하다. 그런데 지금 영미권에서 케이팝은 ‘아시안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된다.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케이팝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실, 케이팝의 정체를 되묻는 과정은 한국의 정체를 되묻는 과정과 동일하다. 케이팝이란, 혹은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차우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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