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카카오, 디즈니의 공통점은? 우선 주식가격이 매우 높다. 또 콘텐츠 비즈니스의 대표 주자다. 그런데 정작 콘텐츠보다 부가가치가 더 크다. 각각 음악, 드라마, 영화를 만드는 곳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콘텐츠 기반의 IP 비즈니스 기업’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이 사업은 자본력이 높은 기업에만 해당할까? 최근 뉴닉이 뮤지션 요조와 함께 제작한 ‘뉴닉송 2020’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뉴닉송은 뉴닉의 창립일에 맞춰 제작되는 노래로, 2019년에는 레게 뮤지션 슈가석율(SGSY)이 만든 곡이 유튜브에 공개됐고 올해는 ‘2020 NEWNEEK 2nd Birthday’라는 이름으로 요조가 작사·작곡한 곡이 정식 발매됐다.
뉴닉은 어려운 시사뉴스를 쉽게 풀어 뉴스레터로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론칭 2년 만에 구독자 24만 명을 확보했고, 고슴도치 캐릭터 ‘고슴이’를 활용해 굿즈도 제작했다. 얼마 전엔 아이돌 광고의 성지인 2호선 홍대입구역에 고슴이의 팬클럽 광고를 싣기도 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쿨하고 힙하다.
2016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퍼런스에 발제자로 참석한 나는 ‘솔루션으로서 콘텐츠’라는 개념을 얘기한 적이 있다. 무선통신과 뉴미디어 환경 아래 ‘독자’는 ‘사용자’로 바뀌고, 콘텐츠 업계의 수익모델 변화가 콘텐츠의 역할과 방향까지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그 맥락에서 뉴스뿐 아니라 음악과 영화도 대중의 관심이 아닌 문제를 해결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때 필요한 게 ‘문제’의 재정의인데, 그 점에서 내게 뉴닉은 콘텐츠의 형식과 사업모델을 동시에 실험하는 집단이었다.
콘텐츠 업계는 매우 빨리 바뀌고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사용자의 관심을 얻기 위한 경쟁은 더욱 심화하지만, 콘텐츠의 판매 가격은 정작 제로에 수렴한다. 음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책이든 그 자체의 기대 수익이 계속 낮아지는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브랜드가 새삼 중요해지는 건 이 지점이다. 팔아야 하는 건 콘텐츠가 아니라 영향력이다.
이 영향력은 콘텐츠의 퀄리티와 만족도에 좌우된다. 순환논리 같지만 사실이다. IP 비즈니스는 영향력을 기반으로 전개되지만, 그 핵심은 결국 퀄리티다. 이를 헷갈리면 안 된다. 그 완성도, 메시지, 상호관계성 같은 것이 연결되는 순환구조에 따라 콘텐츠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솔직히 뉴닉송이 차트에 진입하거나 문화적 유행이 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지금 콘텐츠 비즈니스는 바둑과 같다. 한수 한수만 보면 이상하지만 그 모든 점이 연결되는 구조를 살피면 다른 그림이 보일 수 있다. 뉴닉을 시사뉴스를 풀어주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회사라고 정의하면 뉴미디어 기업 같지만, 캐릭터의 세계관을 발전시키며 팬클럽을 창단하고 음원을 만드는 기업으로 보면 정체불명의 회사다. 이는 빅히트가 아이돌 기획사인지 플랫폼 기업인지 헷갈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하나는 분명하다. 뉴닉의 지속가능성은 정체성이 아니라 뉴닉이라는 브랜드의 영향력에서 나온다. 이건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심지어 개인이든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이슈다.
차우진 칼럼니스트
*‘차우진의 커넥티드랩’은 국내외 격동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흐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칼럼입니다. 2주마다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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