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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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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코미디에 참여하다

200만 조회 수 올린 매드몬스터가 묻는 질문,
어떻게 콘텐츠와 미디어 전략을 동시에 고민해야 할까?
등록 2021-05-10 18:34 수정 2021-05-11 00:08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갈무리

요즘 최고의 화제는 아무래도 ‘매드몬스터’(사진)다. 두 코미디언 곽범·이창호가 운영하는 유튜브 예능 채널 <빵송국>의 캐릭터 중 하나로, 최근 발매한 음원이 유튜브 조회 200만 건을 돌파하고 음원 차트에도 들어가는 등 여러 면에서 화제를 만들고 있다. 2020년 5월19일에 개설된 채널이니, 딱 1년 만에 무시 못할 성과를 만든 셈.

물론 <빵송국>에는 매드몬스터 외에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전략본부장 이호창’이나 ‘사람이 쪼다’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가 있다. 매드몬스터는 증강현실(AR) 기반의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스노우’를 써서 얼굴을 극단적으로 왜곡한 형태로 활동한다. 원래 얼굴을 유추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는 점 때문에 매드몬스터는 곽범과 이창호의 완전한 ‘부캐’(부캐릭터)가 될 수 있다.

뮤직비디오 공개와 함께 아이돌 뮤직비디오에나 나오던 ‘가사 해석’과 ‘뮤비 반응’ ‘뮤비 분석’ ‘1시간 연속 듣기’ 같은 2차 콘텐츠도 다수 등장했다. 또한 이 코미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용자와 11번가, CJ ENM 등 브랜드 공식 계정이 댓글을 달면서 유튜브를 휩쓰는 놀이문화가 되었다.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의 커버에도 매드몬스터가 등장했는데, 국외 팬들은 어리둥절해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이렇게 유명한 케이팝 아티스트가 있었다니….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네?”

스노우에는 심지어 매드몬스터 필터도 있다. 사용자는 그걸로 매드몬스터처럼 극단적으로 얼굴을 바꿀 수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나 샤이니의 민호 같은 아이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필터를 쓰고 있다.

그 결과는? 일주일 만에 매드몬스터의 ‘세계관’이 공식화됐다. 이제 매드몬스터는 특정 세계관에서만 활동하는 캐릭터이자 실제 존재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덕분에 여기 동참하는 사람들도 ‘매드몬스터를 오랫동안 좋아해온 덕후’라는 부캐로 활동한다. 부캐들이 함께 놀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 이 모든 과정은 사실상 하나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다. 그런데 <빵송국>은 샌드박스 네트워크 소속의 크리에이터 채널이다. 샌드박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기반으로 브랜드 광고와 IP(지식재산)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회사로, 유튜버 도티가 공동대표로 설립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매드몬스터의 뮤직비디오 해석 콘텐츠를 만든 크리에이터도 샌드박스 소속이다. 이렇게 샌드박스가 팬덤 기반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방식은 현재 음악산업의 문제의식과도 상통한다. “어떻게 콘텐츠와 미디어 전략을 동시에 고민해야 할까?”

방탄소년단의 성공에는 <방탄TV>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었다. 이 채널은 방탄소년단의 자체 미디어다. 이를 통해 팬이 모이고 그들이 거대한 커뮤니티를 구성해 ‘아미’가 되었다. 미디어 전략에서 샌드박스, 매드몬스터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전략, ‘온드(소유) 미디어’(Owned Media)로 ‘언드(평가) 미디어’(Earned Media)를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이 매드몬스터가 음악산업에 던지는 질문이다. 음악가는 어떻게 미디어를 소유할까? 그를 통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팬을 만들 것인가? 매드몬스터를 유행하는 코미디가 아니라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로 보면 조금 더 많은 게 보일 듯하다.

차우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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