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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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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왜 모더레이터일까

정보 격차 해소에서 시작돼,
흑인 인권운동이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더해진 소셜 서비스
등록 2021-03-03 16:08 수정 2021-03-04 01:02

지금 클럽하우스(Clubhouse) 얘길 해야 할 듯싶다. 이른바 ‘인싸’ 앱, 정보기술(IT) 업계에서만 화제인 서비스로 여겨지는데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이 서비스를 쓰면 쓸수록 흥미로운 지점을 재발견한다.

클럽하우스 사용자는 역할에 따라 리스너, 스피커, 모더레이터로 나뉜다. 이때 흥미로운 건 ‘모더레이터’다. 여러 용어도 있는데 왜 하필 모더레이터일까? 이 역할은 스피커들의 의견을 중재한다.

그렇다면 누가 모더레이터가 될까? 방을 먼저 만든 사람, 그리고 그가 지정하는 모든 사람이 모더레이터가 될 수 있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운 좋게 조금 일찍 이 서비스를 써볼 수 있었고, 한국 커뮤니티에 소개된 지 하루 만에 초대권을 구해 로그인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매일 4~5시간씩 클럽하우스에 머무르며 방을 만들기도 하고 방에 들어가기도 하고 스피커가 되거나 모더레이터를 맡으며 ‘놀았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클럽하우스의 앱 아이콘 이미지는 계속 바뀐다. 현재 아이콘 이미지는 액셀 만수르(사진1)로 스페인의 인디뮤지션이다. 최근 아이콘 이미지였던 보마니 엑스(사진2)라는 기타리스트였다. 그는 질 스콧, 니키 미나즈 등과 일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악과 기술 분야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기술 공유 네트워크’ 공동창립자다. 2020년 12월 앱 아이콘 이미지는 에스프리 데보라(사진3)였다. 데보라는 수년째 ‘테크계 여성들’을 위한 블로그와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남성 중심 개발자 네트워크에서 성평등과 여성 존중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

클럽하우스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2020년 4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클럽하우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때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절정이던 5월 이후였다. 온·오프라인에서 위험에 노출된 흑인들은 더 안전한 커뮤니티를 찾아 클럽하우스로 이동했다. 전화번호로 인증하는 초대장 시스템 덕분이었다. 이후 흑인과 라틴계 커뮤니티뿐 아니라 여성과 성소수자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는 소수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공동창업자 폴 데이비슨과 로언 세스는 2011년에 만났고, 두 사람은 소셜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2019년 로언의 딸 리디아가 희귀병을 안고 태어났다. 이를 계기로 ‘전문가와 일반인이 토론하면서 솔루션(해결책)을 찾는 소셜 서비스’ 아이디어가 생겼다. 그게 바로 클럽하우스다.

그러니까 클럽하우스는 애초에 전문가와 일반인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였다. 여기에 ‘21세기 대규모 흑인 인권 운동’이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정보 격차와 사회 차별을 해소하는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커뮤니티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모더레이터는 일종의 ‘커뮤니티 리더’로 논쟁을 중재하고 올바른 결과가 나오도록 돕는다.

개인 미디어 등장 이후 중앙화한 대중매체 구조는 탈중앙화 구조로 바뀌었다. 클럽하우스는 정보나 관점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탈중앙화를 시스템의 근거로 삼는다. 그래서 신선하다. 이 새로운 서비스는 우리의 관습적인 시선을 바꾸도록 요구한다.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그러나 급진적으로 진행된다. 늘 그랬다.

차우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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