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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1월13일 낮. 서울 청계천시장 앞길에서 한 청년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제 몸을 불살랐다. 온몸에 불이 붙은 그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고 외치다가 쓰러졌다. 한낱 종이 쪼가리에 지나지 않았던 ‘근로기준법’ 법전도 함께 불태워졌다. 그날 밤, 속이 시커멓게 탄 어머니에게 “내가 못다 이룬 일을 대신 이뤄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긴 채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마지막 숨을 거둔 청년의 이름은 전.태.일.
올해는 전태일이 세상을 떠난 지 꼭 50주년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전태일이 그토록 소망했던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인간다운 삶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요원한 과제다. 국내 11개 출판사가 ‘영원한 청년’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재조명하고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책을 한 권씩 동시에 발간했다. ‘전태일 50주기 공동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로 명명된 이번 출간 작업은 참가 출판인들이 2018년 11월 처음 뜻을 모은 지 1년6개월 만에 11권의 다양한 책을 함께 내놓는 것으로 결실을 얻었다.
파인텍·택시·톨게이트·세종호텔 등 여러 업종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의 기록부터, 기본소득, 중국 여성 노동자의 삶과 희망, 다양한 곤충들의 한살이로 배우는 어린이 생태·환경 이야기, 노동인권 교육, 청년들과 함께하는 노동 인문학, 한국 진보정치사, 평전 독후감, 노동자문학, 전태일의 일생을 재구성한 그래픽노블(만화)까지 주제와 형식, 분야도 다양하다. 출판사들은 각 도서의 인세 1%를 전태일재단에 기부한다.
‘너는 나다’라는 프로젝트명은 전태일이 생전에 꿈꾸고 실천했던 따뜻한 공감과 굳센 연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유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걸세/ (…) /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조영래, <전태일 평전> 중에서)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출판
전태일 50주기 공동출판 프로젝트 도서 목록
1. 여기, 우리, 함께/갈마바람
2. 무조건 기본소득/리얼부커스
3. 우리들은 정당하다/나름북스
4. 작은 너의 힘/비글스쿨
5. 어느 돌멩이의 외침/철수와영희
6. 노동인권 수업을 시작합니다/학교도서관저널
7.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산지니
8. 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한티재
9. JTI 팬덤 클럽/북치는소년
10. 읽는 순서-편집자가 쓴 전태일 평전 독후감/아이들은자연이다
11. 스물셋/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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