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자수성가의 신화’로 불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이 책을 고르겠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현대건설에 입사해 30대 사장, 40대 회장이 됐고, 서울시장을 거쳐 결국 대통령까지 된 그는 ‘하면 된다’가 신조였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입버릇이었다. 자신의 폭풍 출세 과정을 차지게 엮은 베스트셀러 제목이 인 것도 자신의 성공 요인이 재능과 노력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정태영 옮김, 글항아리 펴냄)는 이 전 대통령처럼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닌 심각한 오류를 지적한다.
지은이의 논리는 이렇다. “기회가 없다면 능력이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나폴레옹이 말했듯, 사람의 성공은 행운 같은 우연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더욱이 과학기술, 정보혁명, 불평등 심화 등으로 세상은 점점 승자독식이 강화되고 있다. 성공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아주 사소한 차이, 우연한 사건이 승패를 판가름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올림픽 100m 달리기 경기에서 0.01초의 아주 근소한 차이가 ‘세계적 선수’ 여부를 결정짓는 것처럼 말이다. 한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후속 작품 역시 잘 팔릴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처럼, 일단 성공 문턱에 들어서면 보상이 집중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를 뒤집어보면, 아무리 실력이 있더라도 어쩌다 삐끗하면 영원히 성공의 사다리에서 미끄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내적 요인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돋보이게 만드는 무언가를 기꺼이 믿어버리는 습성이 있기 때문”(폴 새뮤얼슨)이다.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즉 순진한 낙관주의는 성공 의욕을 고취함으로써 단기적 성과를 내기엔 좀더 효율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어떤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도무지 승산 없는 경쟁까지 무분별하게 뛰어들어 불필요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 또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장기적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성공이 외적 요인, 즉 행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현실적 태도가 오히려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행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전 사회적으로’ 행운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오늘 누군가 나무 그늘 아래서 쉴 수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오래전에 그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라는 워런 버핏의 태도처럼. 지은이는 경제학 교수답게 이런 관점을 조세 등 공공정책 영역으로 확장한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30만달러(약 3억3500만원)짜리 승용차와 잘 정비된 고속도로를 달리는 15만달러(약 1억6700만원)짜리 자동차가 있다고 치자. 30만달러짜리 차가 과연 더 쾌적하다 할 수 있을까? 정체 상태인 공공투자를 늘리는 것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누진소비세를 도입해 사치품 소비를 줄이고 공공투자 재정지출을 늘리자는 지은이의 주장은 최근 세제 개편 논란이 한창인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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