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좀 줄었지만,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한 친척 어르신은 “백과사전 같은 걸 들고 다니면서 파는 거냐”고 묻기도 하셨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럼 책 쓰는 거야?”였다. “책은 작가가 쓰지”라고 대답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도 많았다. 좀더 관심 있는 사람은 “그럼 책을 디자인하는 거야?”라며 이어서 묻곤 했는데,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하지”하고 답할 수밖에.
디자이너는 책에서 작가만큼이나 중요한 존재다. 책이란 물질은 결국 디자이너의 작업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책의 꼴을 정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정하고, 본문 레이아웃을 정하고, 겉표지를 정하는 과정은 디자이너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표지가 얼마나 그 책의 성격에 맞고, 또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냐는 문제의 중요성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표지 결정 회의는 출간 막바지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된다. 주로 외부 디자인실과 작업해온 내게 익숙한 풍경은 다음과 같다. 담당 편집자가 디자이너에게 표지 시안을 받으면 해당 편집팀과 담당 마케터가 모여 의견을 나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취향이나 책에 거는 기대가 달라 의견이 엇갈리고 서로 평행선을 달릴 때도 적지 않다. 그렇게 의견을 추린 뒤 편집인이나 발행인의 의견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도 결정 사항이 엎어지기 일쑤다. 출판사의 결론을 담당 편집자가 디자이너에게 전달하고 이후 마무리 과정을 진행한다.
참 곤혹스러울 때가, 내 취향은 저격했지만 결정 과정에서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시안을 만났을 때다. “실장님 저는 이 시안이 참 좋은데요, 사장님이….” 참 비겁하지만, 이런 말을 내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떠오른 기획이 있다. 이름하여 ‘B컷’. 채택된 A컷이 아닌 탈락한 B컷을 모아보고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어쩌면 디자이너가 구현하려던 세계는 A컷보다 B컷에서 더 잘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늘 그렇듯, 내가 생각만 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움직인다. 몇 년 뒤 책 《B컷》(달 펴냄)이 나왔다. ‘디자이너의 세 번째 서랍’이라는 매력적인 부제와 함께! 김태형, 김형균, 박진범, 송윤형, 엄혜리, 이경란, 정은경. 이 일곱 북디자이너의 B컷들을 A컷과 함께 소개하고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구성이다. 개인적으로는 유력 북디자이너들의 경험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 더없이 흥미로웠다. 편집자로서 책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고, 책동네 사람들의 열정과 순수함에 또 한 번 감동했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작가는 수없이 많은 문장을 썼다 지우고, 편집자는 책을 향한 소통과 결정에 좌절을 맛보며, 디자이너에게는 선택되는 것보다 많은, 잊혀지는 B컷들이 있다. 우리는 그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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