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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지키는 토종 서점들

충주 ‘책이 있는 글터·’ 군산 ‘한길문고·’ 진주 ‘진주문고’… 작고 강한 지역 책방들
등록 2017-10-24 18:04 수정 2020-05-03 04:28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충북 충주의 ‘책이 있는 글터’(위)는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 ‘숨’을 마련하고, 경남 진주의 ‘진주문고’는 지역 출판사 펄북스를 설립해 지역 콘텐츠를 책으로 출간하고 있다. 책이 있는 글터 제공/ 한겨레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충북 충주의 ‘책이 있는 글터’(위)는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 ‘숨’을 마련하고, 경남 진주의 ‘진주문고’는 지역 출판사 펄북스를 설립해 지역 콘텐츠를 책으로 출간하고 있다. 책이 있는 글터 제공/ 한겨레

지역 서점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간다. 책 판매량의 하락, 수도권에 집중된 출판시장, 온라인 서점의 강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곳이 있다. 전북 군산의 ‘한길문고’, 충북 충주의 ‘책이 있는 글터’, 경남 진주의 ‘진주문고’, 경기도 안산의 ‘대동서적’과 부천의 ‘경인문고’ 등이다.

1992년 문을 연 ‘책이 있는 글터’는 충주의 대표적인 토종 서점이다. 대학 졸업 뒤 충주를 연고로 책 대여업을 했던 이연호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책이 있는 글터’는 서점 건물 안에 문화공간 ‘숨’을 마련해 이곳에서 인문학 강좌, 동아리 모임을 열고 있다. 주민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곳이다. 2014년 9월에는 충주 주덕에 분점 ‘하늘문고’를 열고 2015년 7월에는 청주에 ‘꿈꾸는 책방’도 마련했다.

주민들의 사랑방

서점 업계가 불황인데도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연호 대표는 “여러 난관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지역 주민의 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지역의 문화인, 문인, 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방식이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세월의 부침 속에 살아남은 동네서점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서점마다 눈물 나는 분투기와 훈훈한 사람 냄새가 함께한다. 30여 년간 전북 군산을 지킨 ‘한길문고’는 2012년 여름 폭우로 책 7만5천여 권이 물에 잠겼다. 젖은 책을 폐지로 처분하고 손에 쥔 돈은 고작 220만원이었다. 최대 위기를 맞은 한길문고는 군산 시민의 도움으로 같은 건물 2층에 새로 서점을 개업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서점 문을 열고 몇 달 되지 않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민우 대표에 이어 아내 문지영씨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문지영 대표는 ‘저자 초청 강연이나 문화행사를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이어가라’는 남편의 유언을 실천하고 있다. 재개점한 한길문고는 ‘작가와의 만남’ ‘문화기행’ ‘인문학 특강’ ‘책과 예술의 만남’ 등 책과 관련한 행사를 열고 있다. 지역민에게 문화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 서점 지원 정책 절실

경남 진주에는 30년 역사를 가진 토종 서점 ‘진주문고’가 있다. 서점은 1986년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다루는 ‘개척서림’으로 출발했다.

운영 방식이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주목을 끄는 것이 ‘편집 진열’ 방식이다. 서점이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지역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책이 놓이는 ‘내 마음의 책방’ ‘월하독서’ ‘진주의 빛’이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다.

더불어 새로운 실험도 하고 있다. 진주문고는 2015년 2월 지역 출판사 ‘펄북스’를 만들었다. 지역 콘텐츠를 지역 출판사가 책으로 만들어내는 문화 환경을 일구기 위해서다. ‘지리산 시인’ 박남준의 를 시작으로 등을 펴냈다. 지역의 숨은 필자를 발굴해 지원하거나 예술 전반의 인문서, 교양서, 작품집 등을 기획하고 있다.

지방의 중소 서점들이 한해 한해 버텨나가는 일은 무척 힘겹다. 무엇보다 대형 온라인 서점처럼 할인해줄 여력이 없어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충주 ‘책이 있는 글터’ 이연호 대표는 “지역을 배려하지 못하는 출판 정책과 도서정가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온라인 서점들의 편법 할인 등 문제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서점들이 튼실한 뿌리를 내리기 위한 정책적 토대가 절실하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참고 문헌
백창화·김병록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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