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있는데요.”
2005년 10월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 한겨레신문사 수습기자 공채 합숙평가장. 한 청년이 수줍게 물었다. “글은 결국 무력(無力)한 거 아닌가요? 글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맞은편에 앉은 이가 천천히 답했다. “그럼에도, 그렇다고 해도 저는 계속 글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홍세화(70)다. 성균관대 국문과 천정환 교수가 묻고, 천 교수가 보기에 ‘독특한 남자 어른’인 홍세화가 답한 책 (알마 펴냄)는 왜 공부가 필요하고, 진짜 공부는 무엇인지를 찾아간다. 묻고 답하는 일이 공부, 학문의 본질이므로 이 책은 맞춤한 형식을 잡았다. 내용에서는 입찬말이 없으니 ‘꼰대’스럽지 않고 젠체하지 않으니 현학이 없다. 자유와 용기, 그리고 회의가 이 책의 주제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맞닥뜨려야 하는 삶의 이런저런 문제들, 고통과 갈등, 불안과 초조, 소외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성찰을 요구한다. “삶이 불완전하고 모순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천정환과 홍세화의 문답에서 공부의 길은 사람공부(인문학), 세상공부(사회학), 그리고 마음공부로 이어진다.
책을 간추려본다. 공부란 무엇인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가 모두 ‘짓다’의 목적어가 됩니다. 우리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나를 잘 짓는 일’입니다. 누가 대신 지어줄 수 없습니다.” 주체성이 핵심이란 것. 주체가 되려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의지로 끊임없이 회의하는 것… ‘회의하면서 전진하자!’… 우리에게는 더 절실한 구호인 것 같아요.” 회의는 부조리와 모순을 겨냥한 의심을 가리킨다. 공부깨나 했다는 윤똑똑이가 되지 않으려면? “죽을 때까지 점점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하는 삶의 과제를 스스로 미리 내던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노추’가 되지 않기 위한 어떤 고결함과 섬세함을 스스로 형성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죠.” 진짜 사회공부는 무엇인가. “한국 사회의 이런 모순들(계급 모순, 분단 모순, 지역 모순, 젠더 문제, 생태 문제)과 관련된 책들을 다양하게 접함으로써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랄까, 섬세함이랄까 그런 걸 갖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책 뒤 ‘찾아보기’에 곁에 두고 읽을 만한 것들을 추려두었다.
12년 전 물었던 청년은 이 글을 쓰고 있다. 홍세화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이제 한참 늙은 몸에 침전물로 남아 있는 건 회의뿐이다. ‘그럼에도’일까, 아니면 ‘그래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아직 살아남은 자’의 부채 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포기나 좌절만큼은 할 수 없었다. 오기라고 불러 마땅할 것이다. 오늘도 책을 읽으며 사유하려고 애쓰는 것은 회의로 (살아)남은 자의 오기의 반영이고 표현이다. 내게 공부는 그런 것이다.” 공부하는 모임 ‘소박한 자유인’(soja2179@gmail.com)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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