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것 때문에 금기의 억압이 있다면 작가는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그것을 위반하고라도 확인해야만 한다.” 다들 까치발을 드는 데 만족할 때 누군가는 훌쩍 월담을 한다. 모두 ‘38선’ 너머를 궁금해만 할 때 누군가는 그냥 가버린다. ‘오월 광주’ 뒤 어둠 속에서 수군거림만 퍼질 때 누군가는 라는 책을 써버린다.
‘월담의 작가’ 황석영(74)이 자전 (문학동네 펴냄)을 냈다. 책 2권에 원고지 4천 장 분량. 중국 창춘에서 태어나 어머니 등에 업혀 월남. 서울 영등포에서 보낸 유년 시절. ‘무단 방북’으로 5년간 치른 옥고. 38선 넘은 죄로 갇힌 그의 수인번호는 ‘83’번. 김대중 정부 들어 특별사면으로 석방. 물경 50년의 기록이다.
제목 처럼 이 책은 ‘갇힌 사람’(囚)이 속박에서 풀려나 온전한 ‘사람’(人)이 되고픈 갈망의 기록이다. 그 자신 적었다. “시간의 감옥, 언어의 감옥, 냉전의 박물관과도 같은 분단된 한반도라는 감옥에서 작가로서 살아온 내가 갈망했던 자유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던가.” 한반도 민중 모두 ‘거대한 감옥’에 갇힌 형국 아닌가, 책은 말한다.
이는 작가가 태어난 일제강점기 말 시인 윤동주가 자신의 첫 시집 제목을 애초 ‘병원’으로 정하려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예민한 정신의 작가에게 한반도는 병원이자 감옥일 수밖에 없었던 것. 식민 타파든, 독재 타도든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세상’으로 가야 한다는 것. “휴전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을 읽으면 보편, 구성, 희망을 향한 열망이 선명하다. 그 자신이 기자들에게 말했다. “문학은 나의 집이었다. 먼 길 떠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집. 언제라도 나는 문학이란 집을 잊은 적이 없다.” 작가는 귀심(歸心)이란 말을 썼다. 결국 작가는 문학으로 돌아오고 어머니에게 돌아간다. “소설가를 꿈꾸는 아들을 말리셨던 어머니. 젊은 날, 당신의 고집을 꺾었던 아들이 다 늙어 어머니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 한반도의 귀심은 무엇인가.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 분단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평화와 통일, 한반도가 안고 있는 보편명제다.
작가는 책을 연대순으로 짜지 않았다. 감옥 안(囚)과 바깥(人)의 삶을 교차시켰다. 출행-방북-망명의 시간을 회고하다 유년-방랑-파병-유신-광주로 거슬러간다. 삶을 회고하는 글에서도 작가는 소설적 구성을 염두에 두었다. 이런 구성은 글에 긴박감을 불어넣는다. 독자를 당긴다. 구성(構成)은 나무를 얽어 집을 짓듯, 무언가를 형성해내는 일이다. 이는 분단을 넘어 새 세상을 구성해야만 한다는 작가의 비원과도 닿는다.
문학은 억압하지 않고 억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문학비평가 김현)고 했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작가는 말했다. “어쨌든 우리는 촛불 이후 새로운 출입구에 서 있다.” 새 나라 희망하는 시민들에게 이 책이 ‘문학적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과거를 돌아보아 미래를 만들어내는 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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