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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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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행복한 이유

원로 경제학자 박진도가 쓴 <부탄 행복의 비밀>

물질척도보다 행복척도 우선하는 부탄 정책 분석
등록 2017-03-04 12:50 수정 2020-05-03 04:28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인구 75만 명의 작은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GDP)이 3천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이다. 그러나 2010년 영국 유럽신경제재단(NEF) 조사 결과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할 정도로 행복도가 높은 나라다. 이 조사에서 부탄보다 1인당 GDP가 10배 많은 대한민국 국민은 겨우 5%만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 행복의 원천은 무엇일까? 에 ‘박진도의 부탄 이야기’를 연재했던 박진도씨가 쓴 (한울 아카데미 펴냄, 2017)은 경제학자의 눈으로 부탄의 행복 비결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두 차례 부탄 여행을 하고 두 달간 부탄연구소 무급 연구원으로 일하며 보고 느낀 것을 담았다.

저자는 부탄이 어떻게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가는지 보여준다. 부탄은 물질척도인 국민총생산(GNP)보다 행복척도인 국민총행복(GNH)이 중요하다는 이념 아래 국민의 행복을 중심에 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행복지수를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방안을 개발하고 제5대 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가 즉위한 이후 2008년 11월 국민행복지수를 국가 정책의 기본 틀로 채택했다. 국민총행복량을 구성하는 요소는 생활수준, 심리적 웰빙, 건강, 시간의 여유, 굿 거버넌스, 공동체 활력도 등이다.

더불어 부탄은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고, 그 이상부터는 성적을 기준으로 우수 학생을 뽑아 대학과 유학을 보내준다. 의료도 무상이다. 아직 인프라를 온전히 갖추지 못해 병원과 의사는 많이 부족하지만 부탄의 의료 시스템은 공교육과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된다. 돈이 없어서 진찰을 못 받거나 수술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

부탄 정부는 노동 못지않게 여가와 휴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국민들에게 하루를 셋으로 나눠 8시간은 일하고 8시간은 자신과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8시간은 건강을 위해 수면을 취할 것을 권고한다. 이런 방침에 따라 공무원을 포함해 부탄의 모든 공공기관 종사자는 오후 5시가 되면 ‘칼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린다.

책에는 부탄의 복지제도, 사회·경제 현황과 더불어 부탄 생활에 대한 감상도 담았다. 부탄 여행을 도와준 풀바씨 집에 초대받아 무말랭이 무침·닭고기 튀김 등 정갈한 집밥을 먹은 추억, 길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하는 떠돌이 개들, 작고 소박한 왕비의 처소 로열게스트하우스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부탄을 지상낙원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부탄이 겪고 있는 각종 사회문제의 최신 현안도 함께 짚는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민주주의, 식량문제, 이농과 도시화로 방황하는 청년문제 등이 그것이다.

‘헬조선’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부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저자는 이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달한 우리나라는 이미 행복을 위한 물적 토대는 충분히 갖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장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국민행복의 관점에서 새롭게 개조하는 것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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