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008ABD"> 5개월간의 출산·육아 휴직을 끝내고 곧 복귀할 예정인 시사·교양 프로그램 담당 PD입니다. PD 생활은 잦은 야근과 밤샘 근무, 지방과 해외 출장까지 그야말로 불규칙한 삶의 전형입니다. 집 밖에서 오전 10시부터 새벽 2~3시까지 떠나 있는 엄마라, 자는 시간 외에는 아이와 함께할 수 없습니다. 시댁 근처로 이사했고, 시어머니께서 베이비시터와 함께 아이를 돌보기로 했습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엄마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은 건지, 아니면 시어머니께 전권을 넘기고 밤에도 아이가 할머니랑 자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주 양육 공간을 어디로 해야 할까요? 그리고 엄마가 이렇게 불규칙적인 삶을 살아도 괜찮을까요? (나 PD) </font>
시사·교양 PD는 신문사의 사회부 기자만큼 불규칙적인 생활을 합니다. 아이를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닙니다. 그러나 님은 시어머니라는 든든한 산이 있어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네요.
아시겠지만 생후 1~2년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안정감입니다. 이 시기에는 건강한 애착 형성에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저귀가 축축하면 갈아주고, 졸리면 잠을 재우고, 지루해하면 함께 놀아주고, 배고파하면 먹거리를 주는 등 양육자의 민감한 반응이 중요합니다. 이런 사랑을 주는 양육자가 꼭 엄마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엄마가 몸이 아프거나 우울증을 앓는 경우, 또 아이를 안정적으로 돌보지 못하는 경우라면, 차라리 다른 양육자가 아이를 정성껏 돌보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점은 일정한 양육자가 아이 곁을 지켜주고 믿음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지, 꼭 엄마가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 교양 프로그램 PD도 시어머니의 안정적인 애착 육아로 두 아이를 잘 키웠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예 두 돌까지 지방에 있는 시댁에 아이를 맡겼고, 둘째가 태어난 뒤로는 시어머니가 서울로 이사 와 두 아이를 보살폈지요. 그 PD는 “나보다 시어머니가 훨씬 안정적인 애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인정했다”며 “주 양육자인 시어머니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했고,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고 말하더군요. 이렇듯 선배 PD 중에도 역할 모델이 있습니다. 그들을 찾아 실질적인 조언을 구하고, 주 양육자인 시어머니와 또 다른 양육 파트너인 남편과 협업 체제를 잘 구축하세요.
일단 아이의 주 양육 공간을 시댁으로 하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주 양육 공간을 시댁으로 하면서 님이 일찍 퇴근한 날에는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틈틈이 짬을 내 아이와 스킨십을 많이 하세요. 눈을 많이 맞추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남편과도 역할 분담을 잘 하세요.
‘왜’라는 질문보다 ‘어떻게’라는 질문이 더 효과적입니다. 워킹맘들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아이를 키워야 하지?’ ‘왜 나는 이런 직업을 선택했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나?’ 같은 질문을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진합니다. 그런 워킹맘들의 고민을 들을 때마다 저는 ‘지금 내 앞에 놓인 상황을 어떻게 현명하게 해결해갈까’에만 집중하자고 말합니다.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방법이 보이고, 그렇게 방법을 찾다보면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옵니다. 물론 힘들 거예요. 아이랑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와 괴롭고, 일이 힘들면 아이를 핑계로 ‘사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때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것 또한 지나갑니다. 일단 당면 과제인 생후 1~2년 아이의 안정적 애착 형성에만 집중합시다. 나 PD, 파이팅!
양선아 삶과행복팀 기자 anmadang@hani.co.kr<font color="#008ABD">*여러분, 워킹맘 양 기자와 육아 고민 나누세요. 전자우편<font color="#C21A1A">(anmadang@hani.co.kr)</font>으로 고민을 상담하시면 됩니다. 이 글은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font color="#C21A1A">(http://babytree.hani.co.kr)</font>에도 동시 게재됩니다.</font>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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