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31일넥스트(N.EX.T)의 고별공연 무대에 선 신해철. 한겨레 자료
웹진 후배들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 알림 설정을 해둔 뉴스 앱이 속보를 전송했다. ‘신해철 사망’이란 제목. 함께 있던 후배들도 말이 없었다. 심란하긴 했지만 심각한 건 아니었다. 그들과 헤어지고 5분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서울 마포구 당인리발전소 부근에 차를 대고 하염없이 울었다. 눈물이 그치질 않더니 급기야 엉엉 소리 내어 울게 되었다.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이 감정이 무언지 알 길이 없었다.
무한궤도의 는 중·고등학생 때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이다. 앨범은 카세트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들었다. 를, 특히 그 노랫말을 좋아했다.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주오”란 대목은 일기장에 베껴뒀다. 넥스트(N.EX.T)가 데뷔했을 땐 나도 친구들과 밴드를 했다. 가 주요 연습곡이었다. 넥스트 2집, 3집, 그리고 와 가 나오는 동안 나는 대학에도 가고 연애도 하고 실연도 했다. 노래방에선 늘 (Dreamer)와 (Hope), , (Here, I Stand For You)를 불렀다. 전주가 시작되면 왠지 민망했지만 목청껏 내지르면 금세 비장해졌다. 1996년 음반사전심의제 철폐를 기념한 ‘자유’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 신해철을 처음 보던 순간, 좋아서 혼자 ‘으흐흐흐’ 웃던 일도 생생하다.
군대에 다녀온 뒤, 그러니까 음악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엔 많은 게 변했다. 크롬과 비트겐슈타인으로 ‘변신’한 신해철보다 델리스파이스와 언니네이발관이 더 좋았다. 옐로키친과 퓨어디지틀사일런스의 전자음악을 더 좋아했다. 신해철은 자연스레 추억이 되고 나는 30대가 되었다. 신해철을 다시 찾은 건 지난해 말 즈음이다. 또래들과 1990년대 음악을 자주 들었는데 그때 신해철의 노래는 인기가 많았다. ‘중2병스럽다’는 얘기도, ‘지독한 낭만주의자’란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그래서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게 바로 우리의 일부였음을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엑스(X)세대, 그러니까 ‘90년대의 아이들’의 정신세계와 신해철의 정서는 꽤 밀착돼 있다는 생각도 그즈음에 했다. ‘우리’ 세대를 정의할 때, 그 세대론의 한 축은 신해철이어야 했다.
신해철의 노래는 늘 ‘나’에 대한 것이었다. 그 ‘나’는 ‘세상’과 대결한다. 관습적 세계를 돌파하려는 돈키호테, 혹은 소년의 세계는 꿈과 신념과 세계의 재구성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나’로부터 재편되는 세계의 질서는 거의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신해철의 진정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점에선 서태지와 비교될 만하다고 본다. 90년대의 서태지는 은근히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며 ‘어젠다’를 만들었지만, 신해철은 늘 혼자 싸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새 앨범 (Reboot Myself)가 나왔을 때 내심 기뻤다. 그를 이해한다는 건 바로 우리 세대를 이해하는 것과 같았으므로. ‘90년대의 아이들’을 탐구하고자 마음먹은 내게 신해철은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게 팬의 관점은 아니었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없었고, 란 책을 쓸 때도 그게 중요한 점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날 밤에 깨달았다. 나는 이미 그의 팬이었다. 그래서 이 죽음이 슬프기보다는 화가 난다. 내가, 이 상황이 너무 멍청하고 어이없기 때문이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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