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대사를 만든 힘은 국민이 개별적·집단적으로 분출한 욕망이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의 행동이며, 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욕망이다. 사람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안고 산다.”
스스로를 “정치에 실패한 뒤 문필업에 돌아온 자유주의자”라고 정의한 유시민이 쓴 (돌베개 펴냄). ‘대중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들여다본 한국현대사 55년의 기록이다. 자신이 태어난 1959년 이후부터 2014년까지 현대사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큰 줄기에, 자신의 체험을 잔가지로 엮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부정선거와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와 박정희 18년간의 군사독재, 전두환 정권과 5·18 광주민중항쟁, 1970년대 반독재 투쟁과 1980년대 민주화 투쟁 등 정치적 이슈를 담았다. 그 중간중간에 텔레비전이 최초로 등장하던 때의 일화, 채변봉투에 얽힌 추억, ‘군사독재 타도’를 외쳤던 학생운동 시절 등이 녹아 있다.
“2012년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역사전쟁”
그는 자신이 보고 겪었던 역사에 흐르는 대중의 욕망을 읽어준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던 4·19의 외침에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아울러 삶의 기본적 욕구조차 해결할 수 없게 만든 이승만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실려 있었다. 군사정부는 그 원망과 분노에 화답함으로써 무려 25년 동안 독재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유, 인권, 존엄,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1980년 봄에 잠시 드러냈던 욕망은 1987년 6월 화산처럼 터져나왔고 결국 김대중·노무현의 진보정권 10년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두 세력에도 주목한다. 그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산업화세력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민주화세력으로 분류한다. 우리 현대사를 5·16 쿠데타를 대표하는 산업화세력과 4·19 혁명을 상징하는 민주화세력 간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이라고 이야기한다.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대표는 각각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이며 그들이 우리 현대사에 각인한 인격이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2012년 대통령 선거도 단순히 정당 사이의 권력다툼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 간 ‘역사전쟁’이었다고 평가한다.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 모두 우리의 과거이며, 따라서 둘 중 하나만을 인정하는 자세는 온전한 역사인식·현실인식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경험과 인생관을 가졌다 해도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세월호 비극에서 찾은 미래를 이끌어갈 힘
물질적 욕망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생얼’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월호 참사. 이 비극 앞에서 그는 미래로 나아갈 힘을 찾는다. 죄 없이 죽어간 아이들과 유가족에 대한 연민, 그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하려고 했던 사랑과 우정에 대한 공감, 그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한 공명이 그것. 더 훌륭한 세상을 만드는 힘은 바로 그 공감하는 능력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를 회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는 그는 함께 미래를 전망해보기 위해 당대인들끼리, 나아가 세대 간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보자고 한다. 우리가 쓰게 될 내일의 역사를 위해.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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