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은 약 70%가 수분, 20%가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내 몸의 10%는 명태로 구성돼 있다. “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구성한다).
‘먹태’라고 2년 전부터 호프집을 강타한 메뉴가 있다. 메뉴판을 잘 개비하지 않는 ‘단골집’의 메뉴판에는 없다. 가서 그냥 달라고 한다. 아마 자리에 철퍼덕 앉는 것과 동시일 것이다. 여러 명을 전도해서 먹태의 세계로 입문시켰다. 이런 식의 대화는 무척 흡족하다.
“나 여기 여러 번 와봤지만 이건 처음 먹어봐. 근데 되게 맛있다.”
“다른 안주보다 먹을 게 많은걸.”
어느 날에는 모든 테이블마다 먹태가 놓여 있다. 지지율 60%의 대통령이라도 된 기분이다.
먹태는 겨울 덕장에서 명태를 말리다가 다 마르지 않았는데 따뜻한 기운이 올라와버리는 때 만들어진다. 북어의 ‘삐꾸’인 셈이다. 그래서 겉은 말랐는데 속은 안 말랐다. 음식 묘사의 클리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라는 상태. 예전에 먹태는 곰팡이가 슬고 상하므로 유통기한이 짧았을 것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전국의 호프집에서는 오늘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먹태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삐꾸의 반란이다.
단골집에서는 간장과 마요네즈를 반씩 담은 보시기에 청양고추를 썰어넣는다. 집에서는 그 맛이 재연이 잘 안 돼 물어보니 간장은 여러 재료를 넣어 따로 끓인 것이라 한다. 단골집에서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나는 여러 곳의 호프집에서 먹태 주문을 즐겨 한다. 분명 취해서 갔을 테니 그 맛의 차이를 혜량하기가 곤란하고 몇 개 특이한 곳 기억을 늘어놓자면, 서울 안국역 앞 호프집에서는 먹태를 더 가늘게 찢고 마늘 간 것과 고추냉이를 조금 곁들인다. 먹태와 마늘의 궁합도 좋았다. 경복궁 주변의 어떤 호프집에서는 그것을 일일이 찢는다. 먹태를 들고 나오는 아줌마의 얼굴에 땀이 송송 맺혀 있다. 하지만 일일이 찢은 먹태는 부드러움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만다.
회사에 갈 일이 없는, 섭섭한 게 딱 하나 먹태일 뿐인 주말, 오후 4시 집 앞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터덜터덜 들고 가는 검정 봉다리에서 삐죽 나온 명태 한 마리를 보았다. 아, 그리움은 어찌 이리 깊어지는지.
누군가의 질문에 얼마 전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먹태 얼마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많이 먹고도 나는 가격을 모르고 있었다. 이것은 무언가 소중한 무엇에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과도 같은 것. 이것은 내 살이요, 이것은 내 피일지니. 아멘.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속보] 조희대 “청와대 대법관 재제청 요청 불응…헌법적 근거 없어” [속보] 조희대 “청와대 대법관 재제청 요청 불응…헌법적 근거 없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922/53_17900466069186_20260922501798.jpg)
[속보] 조희대 “청와대 대법관 재제청 요청 불응…헌법적 근거 없어”

17살 가수 김다현 “심수봉 선생님이 직접 사과…잘 추스를 것”
![[단독] 트럼프, 오늘 밤 ‘한국 대미투자 1호 텍사스 화력발전’ 발표 [단독] 트럼프, 오늘 밤 ‘한국 대미투자 1호 텍사스 화력발전’ 발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920/53_17898840056206_20260920501486.jpg)
[단독] 트럼프, 오늘 밤 ‘한국 대미투자 1호 텍사스 화력발전’ 발표
![[속보] 대검 신임 차장에 이정현 수원고검장…검찰총장 직무대행 [속보] 대검 신임 차장에 이정현 수원고검장…검찰총장 직무대행](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922/53_17900450010033_20260922501656.jpg)
[속보] 대검 신임 차장에 이정현 수원고검장…검찰총장 직무대행

추미애, 생중계 경기도 회의서 “전임 지사들, 도민을 빚쟁이 신세 밀어넣어”

박지원 “윤석열 쪽 벌써 사면 생각…‘감옥서 나올 수 없겠나’ 묻더라”

정몽규, 축구협회 이사회 속여 ‘홍명보 감독 선임’ 혐의 검찰 송치

이 대통령, 이형일·강신철·홍지선 장관 임명안 재가

김민석, 추미애 겨냥 “외부에 인사문제 제기하면 야당과 뭐가 다른가”

‘통기타 군단 담임선생님’ 음악평론가 이백천 별세…향년 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