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학교로 가는 길에 ‘정조산소’가 있었다. 유리 창문마다 한 글자씩 적혀 있었다. 대충의 관례대로 정조/산소라 끊어 읽어보았다. 정조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내가 당시 아는 ‘산소’라고는 무덤밖에 없었다. 무덤인 줄 알았는데 탄생하는 곳일 줄이야.
인간은 조산소든 병원이든 전국 방방곡곡에서 아이를 출산한다. 하지만 어류는 산란장이 대개 일정하다. 한·중·일의 강과 하천에서 발견되는 뱀장어 같은 경우는 산란장이 북서태평양 괌이다. 5~7월 초승달이 뜨는 짧은 때, 수심 5천m의 바다 중간 150~200m 되는 곳에 산란을 한다. 38시간을 거쳐 부화하면 5~6개월간 해류를 타고 강과 하천으로 다시 이동한다. 인간이 괌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4시간, 알들은 용케 해류에만 의지해 찾아온다. 이러니 뱀장어의 생활사가 구명된 게 2010년이다.
명태의 생활사는 어류 중 잘 알려진 편에 속하지만 완벽하게 연구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 한류 회귀성 어류는 한반도 근해에서 알을 낳기 때문에 어부들에게 목격되곤 한다. 북아메리카 서부에서부터 베링해, 오호츠크해, 홋카이도 연안 등 북태평양에 널리 분포하는데, 그중 겨울철에 남하하는 한류를 따라 한반도로 오는 명태는 원산만 근해에서 알을 낳는다. 얕은 바다로 온 이 명태는 심지어 ‘몽롱하다’. 그물을 드리우면 잡히는 줄도 모른다고 한다. 알이 배를 채우면 명태는 굶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명태는 굶으면서 알을 낳을 수온 1~5도, 수심 50~100m 혹은 200m 되는 곳의 모래와 진흙이 섞인 평평한 지대를 찾는다. 자정부터 새벽, 바람이 자거나 부드러울 때 한 달 동안 며칠 간격으로 여러 차례 산란한다.
“수컷이 암컷과 아래쪽으로 내려가 몸을 뒤집는다. 그리고 수컷은 배지느러미로 암컷의 배를 붙잡다시피 한 상태에서 수컷과 암컷이 함께 헤엄치면서 정자와 난자를 쏟아낸다. 또 알을 낳는 중에 수컷은 부레를 진동시켜 계속 소리를 낸다.”(, 이근우, ‘명태를 위한 서곡’) 몸길이에 따라 낳는 알의 개수가 다른데 60cm 정도의 명태는 약 100만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이 수는 어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이 100만 개짜리 알집이 비기 전, 그러니까 몽롱한 명태를 잡으면 최상의 명란을 포획하는 것이리라.
서울 연남동의 한 양꼬치집에서는 매운 음식을 주로 낸다. 추천 메뉴들은 주로 고추기름과 정향이 잔뜩 들어 있다. ‘명란볶음’도 맵다. 내장이 함께 섞여 있다(사진). 자른 노가리를 내는 어떤 술집에서, 씹기가 피곤해 달걀찜을 시킨다. 달걀찜은 입속에서 오도독거린다. 명란을 분해해 안 보이게 섞어 넣은 것이다. 달걀찜에서 닭 냄새가 나는 흐린 날, 죽음과 탄생의 박자가 오도독오도독.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참고 문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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