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를 채 다 먹기 전에 ‘고니’의 계절이 왔다.
고니라고 하면 나는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이런 가사가 흥얼거려진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가사가 나오는 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 이태원은 ‘새 연작’으로 라는 노래도 만들었다. 가사를 보니 멜로디가 떠오른다. “시인의 집에 내일의 꿈을 열었던 외로운 고니 한 마리 지금은 지금은 어디로 갔나 속울음을 삼키면서 지친 몸을 내게 기대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미워졌다고 날아도 날개가 없고 울어도 눈물이 없어 없어라 이젠 다시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아 우리의 고니.” 갑자기 깨닫는다. 아아, 이 ‘우리의 고니’는 명태의 그 고니구나.
‘고니’라고 했지만 ‘곤이’가 맞다. 물고기 배 속의 알 또는 물고기의 새끼를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 곤이는 ‘알’을 의미한다. 꼬불꼬불한 것은 정소로 ‘이리’라고 불린다. 그 외 내장은 ‘애’다. 이쯤이면 명태의 오지랖으로 짐작되다시피, 우리가 먹는 생선 내장탕이라면 대부분 명태의 것이다. 명란을 넣은 탕이 ‘알탕’이듯이. 곤이는 일반명사지만 우리가 주로 마주치는 것은 명태의 곤이다.
왜 노래 가 명태의 곤이인지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하겠다. 잘 알려진 라는 가곡의 중간 부분을 살펴보자.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우리나라의 노래 중 ‘시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게 몇 곡이나 있겠는가. 시인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 노래 가사의 세계에서 두 노래는 인접성을 드러내면서, 고니가 명태의 곤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사가는 고니에게서 명태를 먹던 시인을 떠올린 것이리라. ‘시인’이라는 첫 구절을 넘어 가사가 전개될수록 그 느낌은 확증이 되어간다. ‘집’이라는데 고니가 집으로 들어올 일이 없다. 당연히 명태의 곤이가 시장바구니에 실려 집으로 들어올 확률이 높다. 확신에 이르는 것은 ‘날아도 날개가 없고’라는 부분이다. 고니에게는 날개가 있고 날 수도 있다. ‘속울음을 삼키면서’에서 절정에 이르는 이 노래는 우아한 새 고니보다 곤이일 때 그 아픔이 더 절절하다. 그 수많은 알이 인간에게 먹히고 마니 그 후세의 막막함을 어찌 표현하리오.
어제 간 명태내장탕 집은 ‘찌게○○’이다. 고니를 곤이로 해석하는 자가 간 가게의 이름으로는 적절하다. 입간판에는 ‘찌개○○’이라 적혀 있지만 가게의 위에 걸린 명실상부한 간판에는 ‘찌게마을’이라고 적혀 있다. 고집스럽다. 명태 살은 별로 없이 내장이 가득하다. 일행 중 한 명이 애를 안 먹는 바람에 많이 먹게 되어 참 고소한 식사였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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