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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미래. 노가리를 시키면 어떤 게 나올지 모른다. 한 선배는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 주인에게 물었다. “머리가 있나요 없나요.”
회사 근처 버스정류장 앞 술집에서 노가리를 시키면 아주 작은 일곱 마리의 노가리가 긴 접시에 배열돼 있다(1). 일곱 마리 노가리 옆에는 간장에 마요네즈가 백설처럼 앉아 있다. 노가리 머리를 아주머니가 잘라서 내준다. 노가리 해체에 몰입해 내장으로 진득한 손을 연신 닦으며 맥주를 마신다.
서울 을지로의 유명한 노가리 골목에서는 아주머니가 쉴 새 없이 노가리를 굽고 있다. 여름날 저녁 이곳에 가면 활기에 먼저 취한다. 맥주 500cc 하나에 한 마리가 기본이다. 한 마리당 믿을 수 없는 가격 1천원이다. 라면 수프 맛이 진하면서 캡사이신의 밀도 또한 높은 소스를 준다. 순환이 빠르다. 사람들은 맥주잔을 탕탕 놓으며 30분에서 1시간쯤 앉았다 일어선다. 수년 전부터 역 주변으로 들어서는 ‘노가리 천원’은 이곳의 다른 버전이다.
집집마다 상호가 다르지만 파란 간판에 ‘노가리’라고 크게 쓰인 노가리 전문점이 요즘 자주 보인다. 금방 떠날 듯이 툭툭 던져놓은 인테리어다. 길거리를 상점화하기에 적절한 플라스틱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다. 한 접시 가격이 6천원이다(2). 알바생은 말한다. “오늘은 노가리가 커서 두 마린데, 괜찮을까요?” 보통은 세 마리란 말이다. 살은 촉촉해서 생선구이를 먹는 듯하다.
1회에서 유나와 창만이 처음 만나는 건물에 있는 가게 노가리도 이것과 비슷하다(3). ‘이것이 짝태다’라고 포스터를 두고 가게를 앞뒤로 왔다갔다 하다가 “어디 찾으슈”라고 말 붙이는 사람 덕에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가게 밖에는 ‘왕족발’이라고 적혀 있다. 노가리 겉을 태웠지만 촉촉함은 남아 있다. 머리는 없고 몸피를 펼쳤다.
머리가 컸던 그 미식가 선배는 머리가 없으면 먹지 않았다. 물론 머리를 먹기 위해서는 아니다. 머리가 있으면 무조미, 머리가 없으면 조미 노가리다. 하지만 요즘은 머리가 붙은 채로 내장을 갈라 조미하기도 한다.
서울 중부시장 건어물상 홈페이지에는 ‘깐노가리’의 원료 및 함량을 이렇게 적어놓았다. 깐노가리 89.5%, 설탕·식염·D소르비톨·L글루탐산나트륨·5’-이노신산이나트륨 0.1%. 서울의 한 건어물집에서는 “특별히 호불호가 없다”고 말하지만, 경북 포항에서 건어물을 취급하는 ㅇ상회의 직원은 “조미가 훨씬 많이 나가죠. 9 대 1이에요”라고 말한다.
간판 없는 왕족발 가게에서 휴대전화로 날아온 카드명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독도푸른바다’. 여러 가지 노가리와 함께 여름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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