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 맨 처음에 “먹는 것이 곧 나다”라는 말을 했다. 이를 “명태가 내 살이다”라는 말로 확대해석했다. 이 창조론적 고찰을 진화론적 고찰로 전화시키겠다. 먼저 통시적 고찰이다. 이것은 창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다.
“자연법칙에 관한 진정 위대한 발상은 우리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단순한 전제에서 시작할 때가 많다. (…) 누구든 쉽게 동의하는, 너무 심오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부터 자명한 사실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 법칙이야말로 고생물학, 발생생물학, 유전학 분야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들의 시발점이다.” 고생물학자 닐 슈빈이 에서 그렇게 강조한, 그가 손으로 글을 썼다면 아주 크게 썼을 것이고 누가 읽었다면 손이 닿는 곳에 위치한 필기구를 집어 줄을 쳤을 그것은 바로…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예 알지 못하기도, 출생의 비밀이 있기도 하겠지만 실험실에서 젓가락질로 태어나지는 않은 당신 인간이란 존재는, 누구에게나 정자를 준 아버지와 난자를 준 어머니가 있다. 아버지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아버지의 어머니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이제는 아무도 얼굴을 알지 못하는 그 먼 옛날의 도원수공파 몇 대를 올라가 중국에서 왔다는 그가 있고, 그 또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그걸 250만 년 전까지 세다보면 ‘인류 최초의 어머니’ 루시가 나온다. 많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있었듯 이 최초의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이제는 깜깜한 과거로 더 세고 들어가야 한다. 3억6500만 년 전 그 모양은 어류에 발이 달린 모습이었다. 닐 슈빈은 고대 어류와 뭍으로 올라온 ‘어류’ 사이의 중간 단계 화석을 발견한 고생물학자다. 그 이름을 그는 ‘틱타알릭’이라고 불렀다. 틱타알릭에게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고 그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수십억 년 동안 물속에 있었다.
아버지의 사각턱을 닮고 어머니의 관절염을 닮아가듯 우리는 물속에 있던 그들과도 닮았다. 뒤꽁무니도 아니고 가슴팍도 아니고 앞쪽 가운데 양쪽으로 번득이는 눈을 가졌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알코올 속을 팔과 다리를 저어 유영한다.
그뿐이 아니다. 다음은 공시적 고찰인데, 지면이 짧아 쓰다 말아야 하겠다(비약 조심, 어쩔).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더 올라가는 어머니 이야기를 한다. 생명 탄생은 몇 단세포동물들의 합체였다. 그 증거는 아직도 우리 몸속에 남아 있다. 세포 속에. 미토콘드리아는 여전히 자신의 DNA를 가지고 있다. 린 마굴리스의 남편 칼 세이건은 에서 “이 넓은 우주에 인간이 홀로 존재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르게, 이 인간 속에 인간만 혼자일 리가 없다. 그것이 명태를 먹을 때 위장이 반가운 비명을 지르는 이유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내 사랑 내 명태’의 짧은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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