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마을 만들기’가 한창이다. 마을이 공동체를 살리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체 운동으로 시작됐던 마을 ‘만들기’는 어느덧 지방 행정기관의 마을 ‘사업’으로 불리고 있다.
누구를 위한 마을을 만들고 있나
지역 미술가들이 함께 재개발 지역의 어두운 골목 계단에 그림을 그려 밝게 꾸몄다. 네트워크 고리 제공
현재 마을 만들기에 대한 논의와 비판적 성찰을 담은 (삶창 펴냄)는 ‘옥천순환경제공동체’의 권단씨,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박영길씨 등 마을 만들기 운동과 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는 7인의 대담집이다. 누구를 위한 마을인가, 마을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 ‘마을 만들기 사업에 던지는 질문’을 중심으로 공론장을 연다.
마을 만들기 공론장을 꾸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하승우 운영위원은 “마을은 자치와 자급을 가능케 하는 삶의 중요한 기반”이라며 “‘마을’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들이 한국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지, 그 마을의 성격에 맞게,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자고 대담을 제안했다”고 한다.
마을 만들기 운동이 주민들이 아닌 행정기관 주도형으로 이뤄지면서 마을 자치의 핵심 축인 주민들의 공동체 기반이 허약해지고 있다. 지자체장 교체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연속성이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이 설계되고 집행되는 문제도 있다. 권단씨는 “정부에서는 최우수마을, 으뜸마을, 버금마을이라는 표딱지를 붙이면서 우리의 삶터를 순위 경쟁의 대열에 올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들은 자치와 자급이 빠진 마을 운영의 문제도 지적한다. 하승우씨는 “자치를 얘기하면서 마을의 자치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없다. 자급을 말하면서 자원은 외부에서 들여와 쏟아붓는 구조다. 외부에서 공급되는 자원이 끊기면 마을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관계는 다 깨져버린다. 그래서 제도화된 틀과 획일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마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엔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의 순환경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각자의 마을에서 느낀 문제와 고민도 다양하다. 앉아서 일을 하지 못하는 마트노동자, 씻고 쉴 공간조차 없는 청소노동자 등 마을에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권, 이성애·중산층 중심으로 흘러가는 마을 만들기의 문제, 지역을 떠도는 전세·월세 세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방법 등 앞으로의 과제를 듣고 대안을 찾는다.
책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것은 ‘다양성’이다. 저자들은 생산과 소비가 만나는 건강한 마을, 정치적 논의가 자유롭게 펼쳐지는 마을, 다름이 인정되는 마을, 공공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마을, 소수자에게 다가가 연대하는 마을 등 여러 가지 색깔의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마을이 제대로 서려면 다양한 운동이 필요하고 다양한 힘들의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간디의 말처럼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미래 세계의 희망’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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