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달 제공
대충 차려입고 나온 옷이 왠지 신경 쓰였다. 60년 넘는 경력의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워서 두르고 나온 스카프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풀어서 가방에 구겨넣었다. 하지만 마주 앉은 디자이너는 사람의 옷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옷이 사람을 짓눌러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진 디자이너 노라노와 영화 의 김성희 감독을 10월16일 영화 시사 및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만나 짧은 인터뷰를 했다.
김: 새로운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가 선생님이 펼쳐온 인생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당시 여성 대중의 욕망을 빨리 캐치하고 함께 호흡해왔다는 것. 많은 대중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고, 당시에 없었던 스타일리스트이자 디자이너이자 문화기획자로 살아왔다. (개인사를 통해) 여성 패션사이자 문화사를 쓰고 싶었다.
노: 그걸 일찍이 해결했다. 6·25 종전 직전이었는데, 미국 기자가 와서 부탁하더라. 미니쇼를 해달라고. ‘전쟁 중에도 한국에 문화가 있다’라는 주제로 쓰겟다고 했다. 그런데 기자들이 시간을 안 지키길래 시간이 돼서 문을 딱 닫았다. 그랬더니 늦게 도착해 쇼를 보지 못한 기자들이 혹평을 썼더라. ‘전쟁통에 한쪽에서는 웃통을 벗고 날뛴다’ 그런 식으로. 처음에는 그런 비판에 상처를 받았지만 아버지가 그런 것에 상처받으면 사회생활 못하니까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 이후로 일생 남의 비판에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다만 나 스스로는 비판도 하고 엄격하게 굴긴 하지만.
김: 이런저런 장면에 따른 내용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면 선생님이 써주셨다. 서로 왔다갔다 하면서 원고를 완성했다.
노: 글이라는 것은 생각이니까, 아마 거부감은 없었을 거다. 그죠? 신문 칼럼이나 자서전도 써봐서 (지난 시간이) 다 정리가 돼 있으니까 어렵지는 않았다.
노: 우리 잘 지냈는데, 뭐. 하도 들락거리니까 한 식구 같아. 그리고 젊은 사람 비판 안 한다. 젊은 사람과 하는 일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앞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니까, 우리는 참견하면 안 된다.
김: 검정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노: 내가 인터뷰마다 하는 소리다. 사람이 옷보다 먼저 걸어나와서는 안 된다. 검정이 나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 검정이라는 색깔이 자주 독립을 뜻한다. 검정옷만 입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없어서다. 맨날 구두·가방 다 맞추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편리하니까.
김: 디자이너라는 화려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매우 검소하신 것 같다. 영화에 보면 입고 계신 옷, 그게 다다. 인상 깊었던 것은 선생님 사무실에서 가장 새것이 10년 된 것이라고, 사람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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