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나가 수천의 적을 혼자 싸워 이기더라도 스스로 자기를 이김으로써 최상의 전사됨만 못하느니라. 자기를 이기는 것 가장 현명하나니 그러므로 사람 중의 영웅이라 한다.”
불교의 선종 계통 사찰에서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당우(堂宇)이자, 가람의 중심이 되는 전당. ‘대웅전’이라는 이름은 이같은 부처님의 말씀에서 연유했다. 자기를 이겨 모든 번뇌와 희로애락에서 해탈한 ‘큰 영웅’을 봉안한 법당이라는 뜻인 게다.
죽을 때까지 행복할 준비만 하다가자기 자신을 이겨야 한다는 말은 얼마나 쉬운가. 모든 것이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또 얼마나 뻔한가. ‘모든 것이 내 탓이오’라는 말은, 현실의 모순을 은폐하기 위한 이데올로기가 아닌가. 그렇게 여기며 살아왔다. 욕망을 긍정하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데 익숙해진 사이, 사나운 욕심으로 삶은 고단해졌고 반성 없는 마음은 늘 시끄러웠다. 충분히 행복할 조건인데도 행복을 몰랐다. 고마움을 잊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한때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부질없었다.
그런 쓸쓸한 날들에 법륜 스님의 (휴 펴냄)을 읽었다. 와 을 읽은 터라 법륜 스님의 법문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지만, 거기엔 다 안다고 생각해서 뒤로 물리친 삶의 오래된 지혜가 있었다. 스님은 불행한 시대, 힘겨운 현실을 헤쳐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내일로 행복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하라고 조언한다.
“행복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한 번도 행복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하기 위해서 준비만 하다가 죽을 때까지 한 번도 행복해보지 못한 채 죽습니다. 그러니 준비할 것도 없어요. 바로 지금부터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준비하지 말고, 오늘 당장 행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스님은 남과 비교하며 자기를 학대하지 말고 현재의 자기 삶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성공 기준에 나를 맞추고 나의 욕구가 충족된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욕구를 버리거나 기대를 낮추는 만큼 기쁨이 일어나고 만족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계속 바깥세상 탓만 하지, 자기 내면을 돌이켜보고 만족하는 힘이 없습니다.”
사실 철없는 중생은 이 대목에서 ‘누가 그걸 모르나, 그게 말처럼 쉬우면 세상이 왜 이렇게 아우성이겠느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만 돌이켜보니 생각대로 살려고 진지하게 노력한 적도 없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도 같고. 마음 한번 다스리지 못한 채.
개혁을 요구하는 동안에도 행복해야그렇다고 주어진 내 삶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는 스님의 말이 체제 순응형 인간이 되라는 뜻은 아니다. 스님은 “끊임없이 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제도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약한 이웃들을 돌보기는커녕 벼랑 끝으로 내모는 한국 사회를 좀더 인간적인 사회로 바꿔나가는 일과 동시에 우리 스스로 먼저 행복해야 하는 이유다. 국가와 사회가 조장한 불행의 고삐를 벗고 자유롭고 향기롭게 사는 법이 이 책에 있다, 라고 쓰고 나니 텅 빈 가슴에 여전히 바람이 인다. 다시 스님의 책을 읽어야 할 시간이다. 처럼, 두고두고.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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