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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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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사, 제국주의의 역사

실용적이고 쿨한 관점에서 미국 들여다본 두 권의 책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자본주의 비판한 두 권의 만화책
등록 2013-10-12 17:17 수정 2020-05-03 04:27

‘세계화된 지구 제국의 메트로폴리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전체를 영향권으로 삼는 제국’.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다. 경제와 군사에서부터 라이프스타일과 언어,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세계의 거울’이었다. 미국은 전범이자 교본이었고 기준이었다. 미국이 오늘날 거대한 제국으로 패권적 지위를 얻게 된 주요 이유를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는 “세계인의 마음을 훔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이룩한 초고속 압축성장의 비밀은 끊임없는 인구 유입이었고, 미국을 향해 떠나는 거대한 이민의 물결은 각 나라로서는 대규모 두뇌 유출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왜 총이 영광의 상징인가

강 교수는 (인물과사상사 펴냄)에서 친미와 반미라는 이분법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미국을 보자고 제안한다. 한 편의 미국사 파노라마라고 할 만한 이 책은, 서부 개척을 통한 프런티어 문화, 아메리칸드림, 자동차 공화국, 민주주의의 수사학, 처세술과 성공학, 인종의 문화정치학, 폭력과 범죄 등의 주요 주제들을 강 교수 특유의 날렵하고도 명쾌한 필치로 다룬다. 왜 4천만 버펄로는 멸종되었는지, 광란의 20년대에 어떤 저항이 있었는지, 아이비리그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인지, 자동차는 성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포드는 어떻게 마르크스를 쫓아냈는지, 광고와 PR 전문가들은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 왜 미국에서는 총이 영광의 상징인지 등 28가지 미국사의 적나라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다면 오늘의 미국을 만든 정체성은 무엇일까? 김봉중 교수(전남대 사학과)의 (역사의아침 펴냄)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미국의 정체성을 네 가지 역사적 코드를 통해 객관적 시선으로 살펴본다. 서부 불모지를 개척한 ‘프런티어’, 자유와 평등을 주창한 ‘민주주의’, 진보와 보수의 갈등 원인이 된 ‘지역 정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하나로 수용한 ‘다문화주의’ 등 미국 초기 역사에서 형성된 네 가지 특별 의식과 이를 계승하려는 전통이 어떻게 유지됐는지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엄밀한 잣대로 미국의 속살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강 교수와 김 교수의 책이 미국을 실용적이고 ‘쿨’하게 보고 있다면, 마이크 코노패키의 (송민경 옮김, 다른 펴냄)는 제국주의 관점에서 미국의 현대사를 비판한다. 의 만화 버전인 이 책은, 미국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내고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한 초기 역사에서부터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기까지,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돼온 미국의 침략 역사를 낱낱이 파헤쳐 보여준다. 미국이 안으로는 가난한 노동자와 유색인종을 억압·착취하고, 밖으로는 쿠바·필리핀·아이티·베트남 등을 침략해 전쟁을 일으키는 모습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오늘은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자본주의의 흑역사 다뤄

미국의 그늘에 주목하는 책은 또 있다. 크리스 헤지스가 쓰고 조 사코가 그린 (한상연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는 권력 유착을 통해 확장해온 미국 자본주의의 흑역사를 다룬다. 미국 자본주의에 희생된 대중의 삶을 2년 동안 생생하게 취재해 미국의 과거·현재·미래를 분석한 이 책은, 미국을 아버지로 삼아 성장한 한국 자본주의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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