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에 비유된다. 집을 떠나왔다는 점에서 그럴 것이다. 가장 안전한 집인 엄마 뱃속에서 끄집어내지는 순간, 험난한 삶의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가 귓속을 아프게 울린다. 삶의 여행길에서 모르는 타인들을 만나 고, 물건과 말을 주고받고, 타인으로부터 어떤 존재인지 확인받는 것이 산 자의 숙명이다.”(채윤정, 자유기고가)
여행하기 좋은 5월, 잠재된 탈출 욕망을 자극할 책 세권이 동시에 나왔다. 라이더 홍은택의 자전거가 중국 어느 시골길에 세워져있다. 문학동네 제공
우리가 가슴 한쪽에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지니고 사 는 건 이 숙명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운명의 부름 에 기꺼이 응한 여행자들의 이야기는, 일상에 결박된 우 리의 숨겨진 여행본능을 자극한다. 홍은택의 (문학동네 펴냄)은 그런 유혹으로 충일한 책이 다. 자전거로 아메리카를 횡단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다 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비자가 허락하는 60일 동안 중 국으로 만리장정(萬里長程)을 떠났다.
그러나 중국은 자전거 두 바퀴로 60일간 쉼없이 이 대 륙을 종횡무진한다 해도 결코 한번에 꿰어낼 만한 나라 가 아니다. 이에 홍은택은 ‘횡단’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중국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상하이에서 출발해 8대 고 도(난징·시안·뤄양·정저우·카이펑·안양·베이징·항저 우)를 연결하는 삼각 코스로 일정을 잡았다. 저자는 이 번 여행을 ‘중국 라오바이싱(老百姓)의 발견’이라고 할 만 큼 내내 가난한 이웃들의 환대와 도움을 받았다. 허난 성에 급격히 퍼지고 있는 교회 십자가를 보며 개혁·개방 이후 의지할 곳 없는 농민들의 마음을 읽고, 농촌 인력 시장 앞에서 일자리 때문에 농민공 수십 명이 벌이는 실 랑이를 지켜보며 중국의 사회 안정을 염려하는 그는 이 미 타자로서의 여행자가 아닌 듯 보인다.
홍은택이 자전거를 도구로 여행을 떠났다면 일러스트 레이터 김한민은 펜과 종이를 들고 길을 나선다. (민음사 펴냄)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여행을, 그리고 삶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 이다. 스리랑카와 덴마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남미 페루에서 자동차 정비학교 교사로 일하고, 독일에서 떠 돌이 작가로 체류했던 작가 김한민의 다양한 문화적 체 험이 그림 속에 깃들어 있다. 그는 에콰도르의 고산도시 키토에서는 세탁소 주인의 느긋함에 비행기를 놓칠까 발 을 동동 구르고, 영국 도버로 향하는 페리에서 건달을 만난 뒤엔 화풀이 그림을 그려 마음을 달랜다. 남미의 고산도시에서 만난 순수한 아이들과의 추억, 마누 정글 에서 마주친 노인의 진심, 우아라스 산악 트레킹 동반자 나귀와 페루의 사막도시 치클라요에서 만난 강아지 치 시토와의 추억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그림을 그리다보니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자세히 보다 보니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는, 그림 여행의 매력 앞에서 마치 여행본능처럼 내 안의 그림본 능이 꿈틀대지만, 책 속의 근사한 그림들을 보니 엄두가 안 난다. 이런 내게 작가 오은정의 (안그라픽스 펴냄)는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고 자신 안의 자유로움을 끄집어내라고 조언한다. 7년 여 동안 국내외를 여행한 경험과 그 여행에서의 깨달음, 그리고 여행 스케치 방법을 ‘발견·자연·치유’의 키워드를 통해 소개하는 이 책은 단순히 그림 그리기 방법만 나열 하지 않는다. 저자는 지난 7년여간 매달 여행했던 국내 여행지를 기반으로 그림 그리기와 에세이를 접목해 자기 만의 방식으로 여행할 수 있는 ‘여행 마인드’를 알려준다. 그러니 햇빛 찬란한 주말, 펜과 종이를 들고 자전거 페달 을 굴려 길을 나서야겠다. 삶은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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