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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안철수 지지 선언?

안철수·문재인·박원순·김어준 등 각 분야의 멘토 12명의 매력과 인물론 담은
강준만의 <멘토의 시대>
등록 2012-05-30 17:56 수정 2020-05-03 04:26
<멘토의 시대>는 강준만의 ‘안철수 지지 선언’으로 읽힌다. 지난해 9월7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에서 열린 ‘2011 청춘콘서트’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강연하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멘토의 시대>는 강준만의 ‘안철수 지지 선언’으로 읽힌다. 지난해 9월7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에서 열린 ‘2011 청춘콘서트’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강연하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한국은 지금 ‘멘토의 전성시대’다. 예능의 대세가 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부터 ‘콘서트’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되는 명망가들의 강연회까지. 멘토들이 멘티들에게 주는 멘토링은 차고 넘친다. 2011년 라는 책으로 강남 좌파 논쟁을 불러온 전북대 강준만 교수(신문방송학). 한국 사회의 민낯을 해부하는 데 쉼없이 애써온 그가 ‘멘토 열풍’에 주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안철수, 가장 많은 지면 할애해 긍정적 평가

(인물과사상사 펴냄)에서 강준만은 한국 사회의 각 분야에서 멘토로 인정받는 인물 12명을 논의 대상으로 삼아 유형을 규정한 뒤, 이를 통해 한국 사회가 멘토 열풍에 빠진 이유를 탐색한다. 그는 멘토 열풍의 핵심 코드로 ‘위로’를 언급한다. “그까짓 위로로 무엇이 달라지느냐”는 힐난도 있지만,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는 그 어떤 사회과학적 메시지보다 값진 것이다.

저자가 언급한 대한민국 대표 멘토는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김어준, 문성근, 박경철, 김제동, 한비야, 김난도, 공지영, 이외수, 김영희다. 강 교수는 멘토들이 걸어온 삶의 궤적과 철학을 집중 분석해 그들이 왜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지 풀이했다. 강준만의 인물 비평이 늘 그래왔듯, 각 인물의 말을 좇아 그들의 허점을 드러내 보이는 방식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예컨대, 김용민 막말 파문과 관련해 막말 자체보다는 “사실상 민주당을 쥐고 흔든 가 시종일관 ‘쫄지마’로 밀어붙인 대응 방식이 문제였다”고 지적할 때, ‘한국형 무브온’으로 불리는 ‘국민의 명령 100만 민란’이나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 등에 대해 미국에서처럼 그것이 한국형 극우 티파티 운동을 분만할 수 있다고 경고할 때, 공지영의 트위터 활동에 대해 “마치 1980년처럼 운동하듯 자기 자신을 내놓는 것 같다“고 비판할 때, 많이 날이 무뎌 있지만 무크지 에서 벼린 그의 예봉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된 인물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다. 이 책이 강준만의 ‘안철수 지지 선언’으로 읽히는 까닭이다. 저자는 이문열의 ‘안철수는 언론이 키운 아바타’라는 말을 반박하며, 안철수 인기의 비결을 10가지 코드로 해석했다. 엔터테인먼트 소통 코드, 분배 양심 코드, 엄친아 성공 코드, 정의·공정·공생 코드, 안전 개혁 코드, 이념 양극화 혐오 코드, 뚝심·책임 윤리 코드, 디지털 혁명 코드, 특별한 역사적 기회 코드, 패러다임 코드가 그것이다. 특히 저자는 안철수가 “돈 한 푼 안 받고 백신을 무료로 나누어주었을 뿐 아니라 회사 주식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분배하고 1500억원이라는 거액을 사회에 기부하는 등 대중의 뇌리에 ‘분배 양심’의 화신으로 각인돼 있다”며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에게 양보한 ‘통 큰 결단’을 통해 그의 분배 양심 이미지가 최고조에 이르게 됐다”(44~45쪽)고 지적한다.

한국형 교회서 ‘멘토의 제도화’ 배우자

강준만은 좌우 양쪽에서 비판받는 이념 양극화에서 탈피했다는 점도 안철수의 매력으로 꼽고 있다. “사실 안철수를 두고 좌우니 진보·보수니 하고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아니 그런 구분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실업자로 사느니 교도소에 가겠다’ ‘우리에게 애국은 없다. 우리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나라는 애국받을 가치조차 없다’고 절규하는 청춘에게 무슨 얼어죽을 좌우며 진보·보수 타령이란 말인가. 일관되게 청춘의 고통을 위로하며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안철수가 대다수 청춘에게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여겨진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리라.”(52쪽) 김대중·노무현의 10년 이후 이분법적 선악 구도로 정치를 보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그의 말은 그 자체로 타당할 수 있지만, 그래도 왼쪽의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이들에게 정치의 옳고 그름을 준별하는 일이 무의미할 수는 없다.

그의 모든 책이 그러하지만, 이 책은 특히 쉽게 읽힌다. 책의 끝자락에 사회적 멘토링과 관련된 위선 문제를 다루며 정당을 통해 ‘멘토의 제도화’를 시도하자고 주장하는 대목은 더욱 흥미롭다. 그는 예능PD ‘김영희의 법칙’대로 재미 코드로 정당을 개혁하자며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의 말을 인용한다. “경조사를 함께하며 지금은 사라진 한국의 대가족제를 대체하는 생활 공동체인 한국형 교회에서 한국형 정당의 미래를 찾자. 정당은 왜 못하나? 무료 법률 상담, 문학학교, 영화학교, 댄스학교 등을 열어 자연스럽게 당을 매개로 시민들끼리 교류하게 하라.”(326~327쪽) 결과적으로 정당은 위로에 재미를 보태 각종 멘토링 서비스로 대중을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성공할까? 멘티들에게 재미를 주었기 때문에 성공한 이 책의 멘토들이 그 증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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